![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조미라 교수. [사진=가톨릭의대]](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208/art_17397959593165_d88712.png)
【 청년일보 】 최근 난치성 전신경화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가 발표됐다.
바로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조미라 교수 연구팀(가톨릭류마티스연구센터 박진실 연구교수, 의생명건강과학과 정하연 연구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 교수)이 진행한 연구로, 미토콘드리아 이동 단백질 ‘GRIM-19’의 섬유화 억제 효과 규명을 통해 새로운 전신경화증 치료 물질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단순히 전신경화증 치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간섬유화와 폐섬유화 등으로 인한 다양한 염증 및 암 질환 등 섬유화와 관련된 질환의 치료와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청년일보는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조미라 교수를 만나 미토콘드리아 이동 단백질 ‘GRIM-19’의 섬유화 억제효과가 어떻고, ‘GRIM-19’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과 개발 성공 시 전신경화증을 비롯해 어떤 질환들에 적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단백질 ‘GRIM-19’, 섬유화 억제효과 규명…“섬유화 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 의미”
먼저 조미라 교수는 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이동 단백질 ‘GRIM-19’의 섬유화 억제효과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GRIM-19’ 단백질의 발현을 높이는 유전자 치료 결과, 전신경화증을 유도한 마우스에서 ▲피부 진피의 두께 ▲염증성 사이토카인(TGF-beta, IL-6, IL-17, IL-1beta) ▲섬유화 단백질(a-SMA, Col1) ▲면역세포 Th2와 Th17 세포 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신경화증 질환 모델에서 ‘GRIM-19’를 과발현시킨 결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제거 과정이 원활해졌으며, 섬유화 관련 단백질들의 발현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이는 ‘GRIM-19’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조절을 통해 전신경화증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미라 교수는 ‘GRIM-19’ 단백질로부터 전신경화증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섬유화와 관련된 질환이라면 연관해 치료 가능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 비교적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면역 세포와 섬유화 반응을 동시에 제어하지 않으면 치료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질환”이라면서 “전신경화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간·폐·심장·신장(콩팥) 등을 비롯해 염증과 암 등 섬유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환들에서도 치료제 개발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또한 “본 연구진이 환자 임상을 반영해 개발한 전신경화증 전임상 동물 모델과 일반적으로 질환 모델로 쓰여지는 폐섬유화 동물 모델은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면역세포의 작용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약 개발이 어려웠던 부분도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면역세포에 의해 섬유화가 일어나는 것을 증명한 플랫폼 모델을 이용한 실험에서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증명된다면 임상 진입 가능성도 클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연구자 입장에서는 ‘GRIM-19’을 과발현시키는 유전자 치료제가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치료제가 없는 ‘전신경화증’…“자가면역·섬유화 막을 수 있는 가능성 찾고 싶었다”
이처럼 ‘GRIM-19’에 대한 놀라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는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 자체가 없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전신경화증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싶다는 연구팀의 바램에서 시작됐다.
조미라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되는 면역 세포와 섬유화가 발생·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유아세포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물질을 찾고 싶었고, 관련 물질을 모색하던 중 미토콘드리아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조 교수는 “자가면역 질환 관련 연구를 많이 해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탐색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세포 내 소기관이 면역 세포와 섬유아세포 모두 정상적인 상태와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염증이나 섬유화 관련 유전자들이 대부분 STAT3 전사인자에 의해서 의존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GRIM-19’는 STAT3 전사인자의 활성을 억제하고, 동시에 미토콘드리아 내로 이동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미토파지’ 과정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GRIM-19’의 특성과 역할을 착안해 면역세포와 섬유화 세포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됐으며, 섬유화 억제효과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사노피·J&J, 전신경화증 치료제 후보물질에 관심…“관심 있는 제약사와 협력할 의사 있다”
조미라 교수는 전신경화증을 비롯해 섬유증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조 교수는 “2023년부터 범부처 사업으로 진행되는 신약 개발사업에 전신경화증 타겟 약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사노피와 존슨앤존슨(J&J) 등과 같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전신경화증 치료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전신경화증에 효과가 있는 타겟이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섬유화 질환 치료제 개발에 관심 있는 제약사 중 이번 연구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있다면 해당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희망한다”면서 “국내 제약사에서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저희가 연구한 약물들이 환자들에게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른 교수님들과 공동 연구해서 ‘GRIM-19’의 생체 내 이동 시스템을 고도화하려 하며, ‘GRIM-19’이 아니더라도 면역 세포와 섬유화 세포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마커들을 계속 발굴·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