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축하합니다. 합격하셨습니다. 연봉 000만원, 퇴직금 포함입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후보를 살펴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치킨프렌차이즈 업체인 제너시스BBQ가 경력 임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합격 통보를 했다가 며칠 뒤 일방적으로 합격 통보를 잇따라 취소하는 등 구직자들의 상대로 ‘취업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지원자 B씨의 경우에는 채용 합격 사실과 입사 예정일까지 통보한 후 재직 중이던 B씨의 직장에 이직 예정 사실을 알리는 비상식적인 행태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10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제너시스BBQ는 지난달 말께 대외 홍보담당 임원 영입을 위해 국내 모 채용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인력채용업체(써치펌) Y사는 구직을 준비하던 A씨에게 BBQ측에서 대외홍보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구하고 있다며 지원 의향을 물어왔다.
이에 동의한 A씨는 서류접수 후 한달여 만에 BBQ로부터 서류 전형 합격사실을 통보받고 올해 1월 초 BBQ 본사에서 요청한 ‘연간 업무계획서’를 작성해 윤홍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하는 등 면접을 봤다.
A씨는 “서류전형 후 면접일을 통보받았는데 평일이 아니라 주말이었다”면서 “BBQ측이 요청한 업무계획서 역시 면접 3일 전에 급하게 요구하는 등 납득이 되지 않았으나,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면접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면접 당일에도 예정시간보다 2시간 넘게 지연돼 추운 날씨속에서 대기해야 했다”면서 “면접이 시작된 후 파워포인트로 준비한 업무계획서를 윤홍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을 상대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면접을 마친 후 써치펌으로부터 “축하합니다. 연봉은 000만원, 퇴직금 포함입니다”란 문자를 받았다. 그러나 합격 통보 3일만에 뚜렷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합격이 취소됐다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써치펌 등에 합격이 취소된 연유를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도 없이 죄송하다는 것과 다른 후보자로 알아보고 있다는 답변 정도였다.
허탈감에도 불구 A씨는 다시 구직을 알아보던 중 A씨의 합격이 취소된 직후 또다른 써치펌에서 모 채용사이트를 통해 BBQ가 동일한 직군에 홍보담당자의 채용한다는 공고를 낸 사실을 확인,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주5일 근무제 시행 전인 2000년대 초반에나 있을 법한 주말면접을 진행한다는 것도 의아했지만, 연간 업무계획서를 며칠 만에 작성해 오라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면서 “취업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당시 연말연시로 약속도 많았지만 이를 모두 연기하고 밤을 세워가며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면접 당일에는 일정보다 2시간 가깝게 지연되면서 대기해야 했다”면서 “당시 영하 10도의 추위에 대기장소가 마땅한 공간이 없다며 본사 부근에서 알아서 대기하라고 해 난감하기도 했지만 참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BBQ의 이 같은 처신에도 취업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면접까지 마쳤고, 우여곡절 끝에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새도 없이 불과 3일만에 일방적으로 합격 취소를 통보한 것은 '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연간사업계획서를 요구하는가 하면 면접일정도 지연되고, 더욱이 합격통보마저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이는 구직자들의 절박함을 악용해 농락한 것”이라며 “특히 합격취소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며 토로했다.
이어 “더욱이 낮밤을 세워가며 준비한 연간계획서에 담긴 아이디어와 노하우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지,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강변했다. A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홍보업무를 15년 넘게 해왔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에는 전문직인 B씨는 BBQ로부터 합격해 입사 일정까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당초 구두상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면접 절차는 밟아야 한다는 이유로 입사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3월부터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고 이직 준비를 하던 중 당황한 일을 겪어야 했다. BBQ측에서 현재 재직 중인 B씨의 직장에 채용하겠다는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B씨가 BBQ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이직 준비를 하던 중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이 상사로부터 이직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고 놀랬다고 한다”면서 “이는 BBQ 홍보팀에서 B씨의 회사에 이직 예정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B씨가 재직 중인 현 직장에 B씨의 스카웃 승인을 요청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결국 B씨의 이직은 무산이 됐지만 B씨는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을 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지원자의 합격 사실을 입사 전에 재직 중인 직장에 알려주는 회사가 있느냐”면서 “이는 BBQ의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B씨는 BBQ측에 강력 항의한 후 입사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일단락했으나, 적잖은 내상을 입은 상태다.
이 같은 '취업갑질'로 물의를 야기한 가운데 최근 BBQ는 CJ그룹 계열사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해온 C씨를 홍보담당 상무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로 영입된 홍보담당 상무는 이전 직장에서 직장내 갑질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3개월간 정직을 당한 인물로 알려졌다. C씨는 본사 복귀 후 대기발령돼 문서수발실 등에서 근무를 하던 중 BBQ에 입사지원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격 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입사일자까지 확정한 후 전 직장에 이직 사실을 알리는 등 BBQ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듯 하다”면서 “이 같은 논란을 야기하면서도 결국 새로 영입한 홍보담당자도 전 직장에서 직장내 갑질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더욱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BBQ란 기업의 인재상과 채용기준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면서 “최근 홍보인력 채용과 관련해 발생한 논란을 감안하면 주먹구구식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 밖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BBQ 대외홍보를 맡고 있는 최두진 전무는 "A씨와 일면식도 없고, 이력서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인력을 뽑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아 직권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B씨의 경우는 상대방이 이직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갑질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한편, 국민연금가입자료를 기반으로 한 통계를 활용해 크레딧잡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BBQ의 모회사 제너시스의 퇴사율은 무려 96%다. 동종업계인 교촌에프앤비와 bhc의 퇴사율이 각각 19%, 22%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특히 대외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실의 인력 이탈 현상이 극심한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년일보=김훈 /정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