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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판호 0건…중국에 '퍼주는' 국내 게임 시장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중국에서 단 1건의 판호도 받지 못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중국 게임이 거둔 수익은 1조 8000억 원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중국 게임 성장… "국내 게임사 각성 필요"

 

【 청년일보 】 지난 3년간 우리나라 게임사가 중국으로 받은 판호(게임영업 허가)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국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 게임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 중국에 뒤처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 성적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두 번의 외자판호 발급을 받은 게임 중에 국내 게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 8월 진행된 2차 판호 발급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이 12개로 가장 많았고 유럽 9개, 미국 5개, 동남아시아가 2개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속칭 '오타쿠 문화'로 불리는 만화&애니메이션의 중국 현지 인기에 힘입어 2019년 들어 빠른 속도로 판호 발급이 회복되고 있다.  중국 개발사 역시 미소녀를 소재로 한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콘진원은 "비슷한 시장 트렌드를 공유하면서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 일본의 수월한 판호 발급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무역 분쟁 중인 미국 역시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력을 통해 진입장벽을 넘는 모습이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받은 게임은 자체 퍼블리싱은 하나도 없고 모두 중국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된 것이다.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거대 업체와 함께 개발 단계부터 협력한 것이 판호 발급으로 이어졌다고 콘진원은 해석했다.

 

 

◇ 우리나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중국 게임사, 2019년부터 1조 8000억 원 수입 추산

 

국내 게임이 중국 판호를 받지 못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3월부터다.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국내 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완벽히 막혔다.

 

이러한 상태에서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진출은 활발히 이뤄졌다. 도탑전기, 소녀전선, 명일방주, AFK 아레나, 랑그릿사 모바일 등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올해 역시 일루전 커넥트, 슬램덩크, 원신 등이 국내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중국 게임이 우리나라에서 벌어간 돈은 상당하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영준 콘진원장은 "중국 게임산업 연구원 통계에 의하면 2019년부터 중국 게임사가 한국에서 올린 수입은 16억 달러(한화 약 1조 8000억 원)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게임사가 지난 3년간 중국에서 판호를 못 받는 사이 중국 게임사는 날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라며 비판했다.

 

정부 역시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사업국장은 "중국 고위 관계자와 접촉했고 외교통상부와도 협의하는 등 계속 노력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중국 게임, "국내 게임사의 각성 필요"

 

4, 5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은 게임 시장은 크지만 퀄리티 면에서 우리보다 뒤처진다는 평이 많았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에는 국산 게임을 가져가려는 중국 업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막강한 자본력과 빠른 기술 흡수, 인기 트렌드와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개발 전략 등을 앞세운 중국 게임은 이제 국산 게임보다 더 낫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 9월 전 세계 동시 출시된 '원신'이 중국 게임의 발전 상황을 볼 수 있는 실례 중 하나다. 원신은 발매 첫 주에만 전 세계에서 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닌텐도가 2018년 출시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상당 부분을 베꼈다는 비평도 받지만, 원신 자체의 퀄리티는 상당하다는 것이 전 세계 게이머와 전문가의 평가다. 국내에서도 원신은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3위(23일 기준)에 올랐다.

 

국내 게임사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판호가 열리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게임 퀄리티를 높여 전 세계에 통할만한 게임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출시된 펍지주식회사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국산 게임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해외 개발자 '브렌던 그린'의 영향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이전으로 한참 거슬러가야 할 정도로 국산 게임의 발전은 정체된 상태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원신을 보고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직도 꿈속에 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이제 중국 모바일 게임은 한국을 넘어섰다"며 "국내 게임사는 IP 우려먹기와 확률형 아이템 과금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쉽고 빠르며 편한 길만 고집하는 한 참신한 새로운 게임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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