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인공지능(AI)에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확장 가능성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의 적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달갑지 않다.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국내 한 경제연구소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43%에 해당하는 1136만명이 AI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종사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15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43%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직군별로는 사무직·판매직·기계조작에, 소득 수준별로는 중산층에 일자리 충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201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경제학자 프레이 교수와 AI 전문가 오스본 교수의 연구 결과를 한국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국내 423개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확률을 계산했다.
연구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약 2660만명 중 1136만명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가능성이 보통인 중위험군은 39%인 1036만명, 저위험군 일자리 종사자는 18%인 486만명이다.
고위험군 일자리의 72%에 해당하는 818만명은 '사무 종사자', '판매 종사자',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 3대 고위험 직업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 직업은 직업내 고위험군의 비중이 각각 86%, 78%, 59%로 높았다.
반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77%가 저위험군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체 가능성이 작았다.
단순노무 종사자, 농림어업 숙련자 등에선 중위험군 취업자 비중이 각각 60%, 90%로 가장 높았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통신서비스 판매원, 텔레마케터, 인터넷 판매원 등이 고위험 직업이다. 관세사, 회계사도 자동화 위험이 큰 20대 직업에 포함돼 전문직도 자동화 위험을 벗어나진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영양사, 의사, 교육 관련 전문가와 성직자 등은 AI로 대체되기 힘든 직업으로 꼽혔다. 주로 보건, 교육, 연구 등 의사소통이나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제조업 등 3대 고위험 산업에 고위험 일자리의 63%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내수 서비스 산업들도 앞으로는 자동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는 중산층이 AI 충격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소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 수준이 100만~200만원, 200만~300만원인 취업자의 고위험군 비중이 각각 47%로 가장 컸다. 국내 전체 취업자 중 60%가 소득 100만~300만원 구간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자동화의 위험이 중산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은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수요와 공급이 지리적으로 제약되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앞으로는 자동화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제 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개인과 기업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쟁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