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하면서 경제외교에 시동을 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양국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한미간 백신 협력과 반도체, 배터리 등 경제 외교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18일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세미나에서 "사회, 환경, 공공재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한미관계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국제 안보와 금융 안정성 등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하는 강대국이 공공재 공급에 실패하는 순간 국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킨들버거 함정' 개념에 대한 논문을 언급하며 "미중 양국은 이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글로벌 공공재의 공급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SK그룹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SK이노베이션, 노바백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최 회장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최 회장은 오는 22일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가동 중이며,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귀국길에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추진 중이다.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 등으로 미국 측이 정상회담 사절단 규모를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한데 따라 정식 경제사절단 형식은 아니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전날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고 개별 출장형태로 따로 움직이며, 정상회담에도 동석하지 않는다. 기업인들은 미국 상무부가 만든 경제인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중심이 아닌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제사절단에 최 회장이 함께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SK그룹 회장으로서뿐만 아니라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다음주 중·후반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정·관계,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은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며 국내외에서 연일 ESG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창조해 달라"는 박 의장의 당부에 "ESG 경영이라는 게 적당히 돈 버는 용도로 포장되면 안 되는 것 같다. ESG에 위배되거나 하면 기업의 생존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정은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