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한국 사회는 지금 전례 없는 초고령사회로 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치매, 중풍, 중증질환으로 인해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그 돌봄의 무게를 여전히 개별 가정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희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정이 감당할 수 없다면,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과거에는 ‘가족이 돌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전통적인 가족 돌봄이 유효하지 않다. 실제로 돌봄을 전담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육체적·정서적 소진은 물론, 경제적 파탄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루 24시간 중 단 한순간도 자유롭지 않은 긴장 속에서, 삶은 돌봄이라는 이름의 사슬에 갇히게 된다.
국가가 방관한다면, 그 대가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다. 돌봄의 공백은 노인의 건강 악화와 사고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응급의료, 장기입원, 입소시설 증가라는 비용의 연쇄로 이어진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원칙 하에 공공 돌봄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지역 기반의 방문 요양, 주간보호센터, 야간 보호서비스, 단기보호시설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적절한 돌봄을 받을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것을 기본 가치로 삼고 있다.
한국도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하며 공공의 역할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돌봄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가족에게 쏠려 있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 긴급 상황에 대한 공공 돌봄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함에도 야간에는 자녀가 직접 옆에 누워야 하는 현실은 과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는 지역사회 중심의 24시간 통합 돌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요양시설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재가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돌봄 공백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연계되는 체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낮에는 주야간보호센터, 밤에는 단기입소시설, 주말에는 돌봄지원 매니저의 방문, 응급 시에는 지역사회 간호사 파견이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ICT 기반의 돌봄 기술, 모니터링 기기, 응급알림 서비스도 이 체계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개인은 존엄한 일상을 유지하고, 가족은 무너짐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이제 ‘지원자’가 아닌 ‘책임자’로 전환되어야 한다. 민간에서 이미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요양 플랫폼 기업, 비영리 돌봄기관, 노인복지관 등과 적극 협업하여 돌봄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동시에 복지예산의 구조를 바꾸어 ‘현금 지원’보다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 돌봄 인력을 정규직화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돌봄은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노동이며, 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이 곧 돌봄의 질을 결정짓는다.
24시간 돌봄은 단순히 노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삶의 한 지점이며, 그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돌보는 가족도 고립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