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고령사회 대응의 핵심 인프라, '돌봄 인력'의 현실을 직시하라"
대한민국은 곧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점을 맞는다. 급속한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에 이르렀고, 1천만 명을 넘어서는 시대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맞춤형 돌봄서비스, 치매안심센터 등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돌봄통합지원법'을 제정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돌봄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제도는 분명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그 제도를 실현할 사람, 곧 현장에서 실질적인 돌봄을 수행할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은 전국에 수백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 중인 요양보호사는 그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 사회에 요양보호사가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사람이 없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왜 수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자격증을 보유하고도 돌봄 현장을 떠났을까. 그 이면에는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열악한 근무 조건이다.
돌봄 노동은 고도의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는 처우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일정, 이동 시간에 대한 수당 미지급 등은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제약이다.
사회적 인식 역시 크게 뒤처져 있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수발을 드는 직업이 아니다. 고령자의 신체적 안전을 관리하고, 정서적 지지를 통해 삶의 질을 지탱하는 전문 인력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역할은 여전히 '보조적'이고 '비전문적'인 영역으로 치부되며, 사회적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의 유입을 가로막고, 기존 인력의 자긍심과 지속 의지를 떨어뜨리는 또 다른 장벽이다.
현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장치 역시 미흡하다.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승급 체계나 복지 설계, 안정적인 고용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숙련 인력이 계속 떠나고 있는 현실은 제도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근본 문제로 이어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은 노인이 '살던 곳에서,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단순히 의료·요양 서비스를 넘어서 예방, 진단, 치료, 재활, 돌봄이 연결된 연속적 지원 체계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가 정교하고, 정책 방향이 바르다 해도, 이를 실현할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통합돌봄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는 '제도 설계'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현장 인력'에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단기적 인력 충원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사회서비스 인력 수급 계획을 마련하고,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단순 기능이 아닌 돌봄 전문직으로 새롭게 재정립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지자체가 연계하는 체계적 로드맵이 반드시 요구된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은 국가적 책무이며, 요양보호사는 그 중심에 서 있는 핵심 인프라다. 자격증 숫자에 안주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그들이 일하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고령사회 대응의 시작이다.
'사람이 중심인 복지', 돌봄 인력부터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를 정확히 마주하고,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개혁이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