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영의 '실버 산업' 현황과 전망] <107> 요양시설 식사관리 매뉴얼, 기도막힘 사고를 막는 첫 방패

등록 2025.06.02 09:06:15 수정 2025.06.02 09:06:15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 청년일보 】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요양시설은 단순한 돌봄의 공간을 넘어, 어르신의 삶의 질과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식사 시간은 어르신에게 하루 중 가장 활력이 넘치고 중요한 순간입니다. 단순히 영양을 보충하는 것을 넘어, 정서적 교류와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시간이 순식간에 위기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는 복병이 존재합니다. 바로 ‘기도막힘’, 즉 질식사고입니다.

 

노인의 신체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저하됩니다. 특히 씹고 삼키는 근육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연하장애가 동반되기 쉬운데, 이는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거나 기도로 음식이 잘못 넘어가는 상황을 유발합니다. 그 결과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수초 만에 의식을 잃거나, 응급처치가 늦으면 생명을 잃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내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질식 사고는 대부분 이러한 연하장애에서 비롯되며,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고가 예방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요양시설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바로 체계적인 식사관리 매뉴얼입니다. 식사관리 매뉴얼은 단순한 문서나 형식이 아니라, 어르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 시스템입니다. 어르신의 상태를 세심히 파악해 개인별 연하 능력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음식의 질감과 형태를 조정하는 작업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연하 기능이 약한 어르신에게는 일반식을 제공하는 대신 부드럽게 갈거나 묽은 연하식을 제공하는 방식이 적용됩니다. 또한 식사 시간 동안의 올바른 자세 유지, 식사 보조 인력의 적절한 배치, 위험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의 숙지 등도 매뉴얼의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처치는 생명과 직결됩니다. 하임리히법이나 흉부 압박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 방법을 요양보호사와 간호인력 모두가 숙지하고, 주기적으로 실습을 반복해야 실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사관리 매뉴얼은 단지 문서로 존재해서는 안 되며,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안전장치로 기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입니다. 매뉴얼이 제 역할을 하려면 현장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수입니다. 요양시설에는 다양한 경력과 숙련도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교대 근무가 많기 때문에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어르신을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교육뿐 아니라 신입직원 대상의 초기 교육, 사고 사례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훈련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반복 훈련은 비상시 대응 능력을 크게 높여 줍니다.

 

요양시설은 단지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어르신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는 삶의 터전이며, 그 식탁 위에는 단지 음식만이 아닌 ‘존엄’이 놓여 있습니다. 한 끼 식사의 안전은 그 존엄을 지키는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시작입니다. 예방 중심의 식사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관리 하나하나가 결국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도막힘 사고는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근무하는 시설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현실 속 위기입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이 위기를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변화는 거창한 구조 개편이 아닌, 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 보조를 하며, 그 순간을 주시하는 당신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식사 한 끼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우리는 어르신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매뉴얼은 종이 위에 있는 지침이 아닌, 현장에서 실천되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질 때, 요양시설은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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