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영의 '실버 산업' 현황과 전망] <128> 노인 돌봄의 최전선, 간병인의 처우가 복지의 바로미터다

등록 2025.11.03 08:58:07 수정 2025.11.03 08:58:07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 청년일보 】 "초고령사회, 돌봄 인력의 현실이 복지를 말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요양시설과 돌봄 서비스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 중심에서 노인 복지를 지탱하고 있는 간병인들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와 불규칙한 교대, 제대로 된 휴식조차 보장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간병인들은 고령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 가치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낮은 임금과 과도한 노동 강도는 결국 돌봄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간병인의 업무는 단순한 신체 보조에 머물지 않는다. 심리적 안정과 감정적 교류, 가족과의 의사소통, 응급상황 대응까지 모두 그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서적 피로와 신체적 소진은 누적되고,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간병인의 절반 이상이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개인의 고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돌봄 체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경고다.

 

요양시설의 인력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한 명의 간병인이 여러 명의 어르신을 동시에 돌보는 구조 속에서 맞춤형 케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세심한 관찰이 부족해지면 낙상, 욕창, 영양결핍 등의 위험이 커지고, 이는 결국 돌봄의 질 하락으로 직결된다. 시설 운영자 역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인력 충원을 망설이고, 이로 인해 '돌봄 공백–업무 과중–이직'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인력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지 안전망이 흔들리는 구조적 문제다.

 

이제 간병인의 처우 개선은 도덕적 차원을 넘어 복지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요양보호사 근무환경 개선 정책은 긍정적인 시작이지만, 여전히 현장과의 간극은 크다. 임금체계의 표준화, 근무시간의 현실화, 감정노동 보호 제도 등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간병인을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전문 돌봄 인력(Care Professional)'으로 인정하고, 자격 체계의 고도화와 장기 근속 인센티브, 심리상담 지원 등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노인 돌봄의 본질은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이다. 첨단 기술과 자동화가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온기와 공감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따라서 간병인의 근무 환경과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복지체계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진정한 복지는 제도나 예산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을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노인을 존중하는 사회는 반드시 돌봄 노동자를 존중한다. 간병인의 처우 수준은 곧 한 나라 복지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부터 지켜야 한다. 간병인의 존중이 곧 노인복지의 바로미터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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