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DNA를 읽다, 평생 의료를 설계하다…개인 맞춤 의료를 여는 NGS 기술

등록 2025.08.17 09:00:00 수정 2025.08.17 09:00:08
청년서포터즈 8기 홍예은 yeeun2835@naver.com

 

【 청년일보 】 "혈액 한 방울이면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찾아드립니다."

 

병원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던 진단과 처방이, 이제는 유전정보에 따라 ‘나만을 위한’ 맞춤형 치료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 속 이야기였지만,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평생에 걸친 건강 관리를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NGS는 한마디로, 사람의 유전정보 전체를 빠르고 정밀하게 읽어내는 기술이다. DNA는 일종의 생물학적 '설계도'인데, 기존 기술은 그중 일부만 제한적으로 분석했다. 반면, NGS는 이 설계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듯 전체 염기서열을 읽어낸다. 덕분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변이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찾아낼 수 있다. 과거에는 며칠, 몇 주씩 걸리던 분석이 이제는 하루 만에도 가능해지고 있으며, 비용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원인이나 반응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항암제가 잘 듣지만, 또 다른 사람은 부작용만 심한 경우도 있다. NGS 기술은 이런 차이를 유전자 수준에서 설명해 준다. 암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가 효과적인지, 희귀 유전 질환을 가진 아동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모두 유전체 분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진료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불필요한 약물 사용이나 의료비 낭비는 줄어든다. 건강검진, 식단, 운동까지 개인 유전자에 맞춘 서비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이다. 유전자는 단순한 건강 정보가 아니라, 출생, 질병 위험, 가족 관계 등 개인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 정보가 보험사나 기업, 또는 악의적인 범죄에 유출된다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유전자 분석 결과로 인해 특정 질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거나, 고용·보험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도 우려된다. 누가 정보를 소유하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NGS 기술은 분명히 의료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치료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개인 맞춤의료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삶을 다루는 데에는 언제나 윤리와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과학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유전자 기반 치료로 ‘나를 위한 의료’를 완성하려면, 이제는 사회 전체가 준비해야 할 때다.
 


【 청년서포터즈 8기 홍예은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