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프롭테크(Proptech)가 뭔가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이 단어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과거 '발품'을 팔아 중개소 창문에 붙은 매물을 확인하고, '손품'을 팔아 포털 사이트에서 시세를 검색했다면, 이제는 AI가 알아서 매물을 추천하고, 집을 꾸며주고, 상권까지 분석해주는 'AI품'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25년 11월, '집 구하기'와 '집 꾸미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프롭테크 최신 기술 동향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 가장 와닿는 기술은 'AI 인테리어'로, 이사 갈 집의 텅 빈 사진이나 현재 살고 있는 방 사진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오늘의집' 등 주요 인테리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즉각적으로 가상 인테리어를 완성해 준다.
'미니멀', '미드센추리', '북유럽' 등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AI가 기존 가구와 벽지를 지우고 새로운 공간을 3D 이미지로 재창조한다.
"이 소파가 우리 집에 어울릴까?"라며 줄자로 공간을 재던 고민이 사라지고, "먼저 배치해보고 산다"는 개념이 현실화 되고 있다.
매물 검색도 진화했다. "서울 30평대, 초등학교 가까운" 식의 단순 필터링을 넘어, 일상 언어를 이해하는 'AI 부동산 챗봇'이 그 주인공으로 '직방', '다방' 등 부동산 매물 검색의 전통 강자들이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조용하고 아침 햇살이 잘 드는, 반려견 산책시킬 공원 근처 3베이 아파트 찾아줘" 같은 감성적이거나 복합적인 요구를 AI가 이해하고 최적의 매물을 추천한다.
실제 다방은 최근 이 'AI 추천 매물' 서비스를 생성형 AI 기반으로 고도화했다.
사용자에게는 검색 이력,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해 '신축', '1인 가구' 등 단순 조건을 넘어 '반려동물과 살기 좋은', '조용한 동네' 등 개인화된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등록할 때 AI가 사진과 정보를 분석해 '상세 설명'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기능(AI 상세 설명 자동 생성)도 도입해 매물 정보의 질을 높이고 있다.
다방 관계자는 "‘AI 방 찾기’ 서비스는 생성형 AI 기반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의 방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 서비스는 공공데이터를 비롯해 다방이 보유한 원룸·주택·빌라·오피스텔·아파트 등 다양한 유형의 매물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30 세대를 위한 맞춤형 필터를 적용해 이들이 자주 검색하는 반려동물, 전세대출, 옥탑, 역세권, 신축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한 매물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밝혔다.
다방은 당분간 서비스 안정화에 주력할 예정이며 향후 동네 정보를 활용해 맛집, 인구, 주변 시세 등 보다 세분화된 큐레이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다.
뿐만아니라 전통의 부동산 데이터 기업도 AI를 무기로 프롭테크 기업으로 전환했다.
HDC랩스는 지난 5월 '부동산R114'의 핵심 사업부문을 영업양수하며 'AI 서비스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부동산R114가 25년 이상 축적한 방대한 부동산 데이터로 기존의 'REPS(주거용 통계분석)' 등 검증된 데이터에 HDC랩스의 AI 기술력을 융합, 'AI 기반 부동산 시세 예측 모델'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또한, HDC랩스의 기존 자산관리(PM) 및 시설관리(FM) 서비스와 연계해 AI가 건물의 자산 가치를 예측하고 관리 효율을 높이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까지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HDC랩스 관계자는 "축적된 데이터와 첨단 기술의 결합을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부동산 경험을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프롭테크 시장의 또 다른 '메기'는 금융권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은 막강한 자본력과 데이터를 무기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들이 AI에 진심인 이유는 '집 구하기'라는 부동산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금융 상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KB는 AI 기반 'AAL(Automated Appraisal Landscape, 자동시세분석)'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빅데이터로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 연립주택의 시세까지 정교하게 분석한다.
단순 매물 정보 제공을 넘어, AI가 산출한 시세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대출 한도를 제시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AI 기술은 주거용 부동산을 넘어 상업용 부동산으로 확장중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 기업인 '부동산 플래닛'은 최근 'AI 부동산 에이전트' 서비스를 선보이며 AI 자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부동산 플래닛은 이번 서비스에 대해 전국 모든 부동산 유형의 AI 시세와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보유 자금과 지역별 대출 기준까지 반영해 맞춤형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AI 자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전문 인력이 지역 단위로 수행하던 분석을 AI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공해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서비스의 기반은 부동산플래닛이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축적해 온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로 AI 시세 알고리즘(AVM)을 연계해 자산 가치를 파악한다.
특히 '렌트프리(계약 후 무상 임대 기간)'나 '핏아웃(임차인의 인테리어 기간)' 등 임차인 혜택을 반영한 '실효임대료' 데이터를 보유해 실제 임대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부동산플래닛은 향후 이 서비스를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전 부문으로 확대하고, 맞춤형 매물 추천 기능까지 탑재할 방침이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정보 독점'에서 '정보 해석'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라며 "시세 및 매물 정보가 온라인으로 공개되면서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하느냐가 핵심이 됐고, 금리·규제·교통 등 다양한 변수를 사람이 분석하기 어려워지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요구가 커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프롭테크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거래·운영·금융 의사결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계하고, 자산 가치 산정부터 관리·투자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지능화하면서 부동산 산업을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