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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풍전야'의 홍콩ELS 사태...흔들리는 '자기책임원칙'

 

【 청년일보 】 올해 초부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만기가 임박한 가운데 실제 투자자 손실규모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홍콩H지수의 경우 지난 2021년 2월 1만2천선을 넘었으나 현재 5천대까지 떨어지는 등 사실상 손실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투자원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ELS란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 상품이다. 따라서 이번 홍콩ELS는 홍콩의 H지수를 연계로 해당 지수에 따라 돈을 벌거나 잃을 수 있는 구조다.

 

물론 ELS 상품 중에서도 기초자산(H지수) 가격이 얼마까지 내려가던지 상관없이 만기 때 하락 폭이 50~60% 이상이면 원금을 잃는 구조인 노녹인형(No Knock-In)과 기초자산이 가입당시 기준 한번이라도 50%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녹인형(Knock-In)으로 나뉜다.

 

하지만 현재 홍콩H지수의 경우 사실상 만기를 앞둔 상황에서 가입 기준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노녹인형과 녹인형의 차이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ELS에 대해 "80~90%의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좋은 상품이지만, 10~20%의 확률로 완전히 손실을 볼 수 있어 위험한 상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ELS는 80~90% 확률로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로 ELS 투자자들은 만기나 조기상환을 통해 수익을 거둘 경우 재가입하는 비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ELS 상품 역시 오랜기간 동안 수익이 발생하던 상품이다"라며 "많은 고객들이 수익이 낮을 때는 가만히 계시다가 10~20% 확률로 손실이 나니 이제야 불완전판매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2021년 3월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과 녹취가 의무화된 시점에서 확실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매우 소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들 역시 금융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즉 대규모 손실 발생을 곧 대규모 투자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홍콩ELS 불완전판매의 주요 요건으로 꼽히는 고령층에 대한 상품 판매 역시 비슷한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들은 은행들이 90세가 넘는 '아무것도 모르는' 고령 고객에게도 상품을 무작위로 권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들은 고령층이라 하더라도 신규 가입자라기 보다는 예전부터 ELS 투자경험이 많은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고령이라고 하더라도 투자경험 측면에서 불완전판매로만 몰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은행들이 자신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불완전판매를 조직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일례로 한 시중은행에서는 은행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 총점 중 고위험 ELS나 주가연계신탁(ELT) 등을 판매했을 때 얻는 점수비중이 높아 직원들에게 ELS 판매 확대를 유도했다는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홍콩ELS 상품은 올해에만 9조원이 넘는 만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금융권 내부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금융당국은 ELS 상품 관련 TF팀을 꾸리는 한편, 지난 8일부터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해당 금융사에 대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많은 투자손실이 낫다고 해서 정치적이거나 한쪽으로 편향된 금융당국의 결정은 자기책임원칙에 입각해 투자해야 한다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밝히되, 투자의 자기책임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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