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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보험회계기준 IFRS17 도입 1년...보험사 ‘신뢰’와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 청년일보 】 지난해 보험사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은 전년 대비 18.2% 늘어난 2조33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8천216억원으로 41.9%, DB손보는 1조7천494억원으로 전년(9천889억원) 보다 무려 77.1% 급증했다.

 

이러한 호실적과 최근 국내 증시에 불어닥친 低PBR株 열풍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보 등은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중소형사인 흥국화재와 롯데손보는 지난 13일 금융주로서는 보기 드물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 보험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후 보험사의 기초 체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도, 실적만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실적 부풀리기와 과대계상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보험사들은 재무적 이득을 노리고 계리적 가정을 자사에 유리하게 적용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다.

 

IFRS17에선 손해율, 유지율, 사망률, 위험률 등 주요 계리적 변수를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가정해 수익성 지표인 CSM을 산출한다. 또 과거 회계기준에서는 판매수수료와 시책비 등 신계약비의 이연 상각기간이 최대 7년이었지만, 보험계약기간 전체에 걸쳐 비용으로 인식하면서 당기에 발생하는 사업비의 회계적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아울러 금융상품 회계기준인 IFRS9도 함께 도입됐다. IFRS9는 기존에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했던 수익증권을 당기손익으로 처리하면서, 지난해 고금리 기조가 다소 수그러지면서 보험사 채권형 수익증권의 평가이익이 확대되면서 순이익도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손해율과 무·저해지 보험해약률 등 주요 계리적 가정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이어, IFRS9에 의한 투자손익은 미실현 이익이라며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 연말에는 실적이 대폭 늘어난 보험사에 과도한 성과급과 배당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회계적 이익은 급증했지만, 이로 인해 보험사의 혁신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에 기존 비즈니스모델에만 의존하고 단기 성과주의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이제 장기 보장성보험만 판매하면 보험사의 자본 대비 효율은 물론 순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중장기적으로 투자 대비 이익을 가져오는 해외사업과 디지털 혁신, 요율체계 선진화 등에는 관심 가질 이유가 사라지면서, 국내 보험사의 핵심경쟁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험사가 전속설계사와 GA(독립대리점)를 통해 CSM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한때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였던 대면 영업조직이 보험사 실적개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IFRS17 도입 후 신계약비에 대한 회계적 부담 감소로 판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최근 수수료와 시책을 포함해 월납 보험료의 최대 200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보험사도 등장했다. 보험소비자의 새로운 보장수요 창출이 아닌 기존 상품에 대한 승환을 위한 보험계약이라면 결국 소비자 후생만 저해될 것이다.

 

이처럼 장기보험 판매로 막대한 순익을 거두다 보니, 특히 손해보험사의 일반보험 부문은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이 한창이다. 글로벌 보험시장은 보험료 인상과 담보범위 축소 등 하드마켓으로 패키지보험 등 일반보험 요율이 지속 상승하지만, 국내는 보험료 산출근거도 불분명한 판단요율을 내세워 무리한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험감독회계 기초가정 관리를 수행하는 전담 기구 설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FRS17의 계리적 가정 등 실무표준 제정 및 관리를 금감원이 아닌, 민간 독립 기구를 별도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설명이다. IFRS17은 원칙과 자율 중심의 회계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IFRS17을 해석, 적용하는 방식에서 보험사의 자의적 판단을 어느 정도 제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IFRS17는 보험계약 평가에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고 보험회사 투자자와 재무제표 이용자에게 보험사 경영의 투명한 정보 제공 및 비교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새 회계제도 도입 1년을 돌아보면 보험사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 훼손은 물론 투자자들의 혼란만 가중됐고, 과거의 외형 위주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보험사업 모델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 청년일보=성기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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