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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태원 참사...애도보다 앞선 정치적 수사(修辭)

 

【 청년일보 】"이기주의란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언급한 이기주의에 대한 정의는 개인주의와 혼돈되는 사상적 갈등의 장에서 인용되기도 한다.

 

정치적 이념과 연관해 무엇이 개인주의고 이기주의인가라는 접근보다는 때로 우리가 개인주의라 생각하는 것들이 이기주의일 수도 있다는 관점에 방점이 놓인다.

 

이태원 사고로 초유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국민들이 참사를 애도할 때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겼기 때문이란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며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고 주장했다. 남 부원장은 특히 "축제를 즐기려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도 요구한 뒤 "이게 나라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남 부원장은 해당 글을 게시한 지 약 30분 만에 삭제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그는 글을 삭제한 표면적인 이유는 당의 방침에 따르기 위해서였다면서도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누가 봐도 인재인데 아무도 지적을 하지 않아 글을 올린 것"이라며 "참사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애도가 우선'이라는 당 기조와 맞지 않아 글을 내렸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핏 보기에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신념을 접는 타협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그의 주장처럼 신념과 이에 따른 문제의 지적이었다면 그것이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떠오를 만큼 중요한 것이었을까라는 생각에 적절한 문제제기라기보다는 '정치적 선동의 수사'였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참사와 관련 느꼈을 보편적인 슬픔과 애도에 대한 공감보다는 정치적 신념에 따라 제기한 인과관계 모호한 원인 분석이라는 정치인의 이기적인 시각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처럼 경찰 병력이 대통령실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산술적인 부분에서 일각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 그같은 주장이 먼저 떠올랐다는 사고의 절차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의 SNS에 기재한 첫 마디는 "믿어지지 않는다. 놀랍고 참담하다"였다. 그는 "갑자기 가족과 친구를 잃은 분들께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선 사고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선후관계에 있어 사고 수습보다 나중 일이란 뜻이다.

 

피해자에 대한 구조가 위급한 순간에 터져나온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동선까지 공개하며 대응에 나선 대통령의 활동이 국민에 대한 애도와 사태 수습을 위한 활동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국민의 생명이 오가는 긴박한 순간에 대한 애도의 표명으로도 읽힌다.

 

무릇 정치의 발전은 현상에 대한 비판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며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갈 때 가능하다.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혀 앞 뒤 맥락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현상을 보고 이를 주장한다면 정치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폄훼라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국민적 대참사를 기회인양 평소 자신의 특정한 시각을 대입해 상황을 분석하고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차라리 애도의 뜻을 전하며 이를 수습할 수 있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정 운영자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만 못한 듯 보여 씁쓸하다.

 

대참사에 애도의 뜻을 전하며 사태 수습을 위한 대응에 나서는 것을 최우선으로, 현상을 직시하고 이념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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