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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출연금’ 산정방식 변경...은행 봐주기 ‘논란’

변경된 방식 적용시 출연금 대폭 증가...법원, 출연금 상승폭 최대 ‘20%’로 제한

 

【 청년일보 】 법원이 공탁금 보관 은행들이 법원에 내야 하는 ‘출연금’의 산정방식을 대폭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연금이 은행에 유리하게 과소 산정됐다는 비판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연금 증가액이 전년도 출연금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법원이 여전히 은행권의 사정을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3월 초 ‘공탁금관리위원회 규칙(대법원규칙 제2887호)’을 일부개정해 공포·시행했다. 공탁금 보관은행이 법원에 납부하는 출연금의 산정방식 변경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공탁금은 형사 피고인이 피해금을 갚겠다는 의지를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해 법원에 내거나, 혹은 민사상 채무자가 판결이 날 때까지 법원에 맡기는 금액(유가증권‧물품 등)을 말한다. 2018년말 기준 전국 법원 공탁금 규모는 약 8조 9300억원에 이른다.

 

법원은 이러한 거액의 공탁금을 직접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공탁법 제3조에 의거 별도의 공탁금 보관은행을 지정해 맡겨놓고 있다.

 

이 때 공탁금 보관은행은 이 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데, 이 운용수익금에서 이자비용 및 포괄이윤 등을 뺀 나머지 금액을 공탁금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출연금으로 납부한다.

 

바뀐 규칙을 보면, 우선 공탁금 운용수익금의 산정방식이 변경됐다. 기존 방식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상의 ‘정기예금 금리’로 수익을 결정했는데, 개정안은 공탁금평균잔액에 해당 보관은행의 ‘자금운용수익률’을 곱해 수익금을 산정한다.

 

또한, 이자비용(공탁금의 0.1%)과 더불어 보관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중 하나였던 ‘공탁 관련 업무원가’는 ‘포괄이윤’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포괄이윤은 별도의 업무원가 산정이 필요하지 않은 공탁금 취급 관련 업무원가와 보관은행의 자금운용 관련 업무원가, 은행이 가져가야 할 최소한의 이윤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포괄이윤은 공탁금평균잔액에 해당 보관은행의 ‘순이자마진율(NIM)’을 곱해 산정한다.

 

 

변경된 규칙을 종합해 보면 공탁금 보관은행의 출연금 규모는 변경 전보다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자금운용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 1%가량 높아 운용수익금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포괄이윤에 해당하는 순이자마진율도 자금운용수익률보다 1% 이상 낮다.

 

실제로 전체 법원공탁금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자금운용수익률이 2.84%이며 순이자마진율(포괄이윤)은 1.54%로 자금운용수익률과 1.3% 차이가 난다. 이자비용에 해당하는 이자율(0.1%)을 빼도 출연금은 공탁금평균잔액의 1.2%다. 이는 과거 공탁금 대비 출연금 비율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이다.

 

고(故) 노회찬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17년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공탁금 잔액(금전)은 7조 1866억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2016년에 납부한 출연금은 452억 3100만원(0.63%)이다. 2016년 말 잔액은 8조 2904억원이며 2017년 납부 출연금은 472억 6900만원(0.57%)이다.

 

문제는 법원이 규칙을 변경하면서도 ‘(해당 연도에) 납부할 출연금액은 전년도 출연금액의 20%를 초과해 증액하거나 감액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단서를 달아놨다는 점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장 올해 보관은행이 납부한 출연금부터 이 단서의 영향을 받아 증가액이 제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규칙 개정이유에서 위 단서를 신설한 것에 대해 “공탁금관리위원회 규칙 변경으로 인해 각 보관은행의 출연금 과다 출연의 우려 등을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출연금을 한 푼이라도 더 거둬 국민들을 위해 써야 할 법원이 오히려 사기업인 은행의 사정을 봐준 셈이다.

 

특히 법원은 지난 2015년 국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금을 확보·공급하기 위해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을 설치했으며, 공탁금 보관은행이 납부하는 출연금 전액을 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금의 용도(공탁법 제31조)는 ▲공탁제도 개선 및 공탁전산시스템의 개발과 운용 ▲국선변호인제도 및 소송구조제도의 운용 ▲조정제도의 운용 ▲법률구조사업 및 범죄피해자법률지원사업의 지원 ▲기금의 조성·관리 및 운용 ▲사법서비스 향상을 위한 공익사업 등이다.

 

이와 관련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은 시·도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너도나도 출연금을 더 내겠다며 달려드는 양상”이라며 “그런데 법원은 오히려 출연금을 덜 받겠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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