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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직금지 기간 중 경쟁사 이직" 제동…'K-반도체' 기술유출 논란 '가열'

SK하이닉스 HBM 설계하다 경쟁사 임원 이직…法,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삼성전자도 핵심 기술 유출 '홍역'…지난해 中에 ‘복제 공장’ 세우려다 적발돼

 

【 청년일보 】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이하 HBM) 설계를 담당했던 SK하이닉스 前 연구원이 미국 마이크론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간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지만 경쟁사로 이직해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는 가운데 'K-반도체' 기술유출 문제가 수면 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하루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가 습득한 정보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에 유출될 경우 SK하이닉스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피해복구도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오는 7월 26일까지 미국 마이크론과 각 지점, 영업소, 사업장 또는 계열회사에 취업 또는 근무하거나 자문계약, 고문계약, 용역계약, 파견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자문, 노무 또는 용역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A씨의 영업 범위를 제한했다. 

 

2001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A씨는 D램설계개발사업부 설계팀 선임연구원, HBM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을 맡은 핵심인재로 지난 2022년 7월 퇴사했다. 

 

A씨는 2015년부터 SK하이닉스와 매년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했다. 퇴직 무렵에는 전직금지 대상 경쟁업체와 금지 기간(2년) 등이 기재된 전직금지 약정서 및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했지만 이를 어겼다.

 

A씨가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마이크론 임원 직급으로 입사한 사실을 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얻은 정보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으로 흘러갈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현재 SK하이닉스가 절반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53%)와 삼성전자(38%)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마이크론(9%)은 아직까지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론이 K-반도체보다 앞서 5세대 HBM인 HBM3E를 양산한다고 선언하면서 산업계에선 향후 AI 메모리 시장 구도에 지각변동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A씨가 HBM에 대해 잔뼈가 굵은 만큼 마이크론으로 이직하면서 일각에선 관련 핵심기술이 넘어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현재로서 A씨의 기술 유출 여부는 미확인이다.

 

무엇보다 산업계에선 A씨의 전직금지 약정이 약 5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이같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통상 전직금지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을 경우 가처분이 기각되지만 이행 강제금까지 결정됐다는 건 법원도 핵심기술 유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한층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비단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역시 핵심기술 유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초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기술을 빼내 장비를 만든 뒤 이를 중국으로 넘긴 일당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해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 자사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의 설계 도면, 공정 배치도 등을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세우려다가 적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K-반도체가 HBM 기술력 부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해외 경쟁사에서 국내의 핵심 인력을 빼가는 시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K-반도체가 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HBM 기술력이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선두를 달리는 만큼 미국,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우리 기술자들을 탐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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