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이 국가대항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독일이 정부 차원에서 정치·경제적 지원 작전을 펼치자, 'K-조선'의 사업 수주 가능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캐나다는 2030년 중반 도태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8~12척의 디젤 잠수함을 발주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는 잠수함 계약을 비롯해 향후 30년간 MRO(유지보수) 계약까지 합쳐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앞서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의 원팀을 이뤄 카나다에 한화오션 3천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장영실급 잠수함)를 제안했다. 독일은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의 212CD급 잠수함으로 한국과 함께 숏리스트(Short List·적격후보)에 올랐다.
캐나다는 내년 3월 초까지 한국과 독일의 제안서를 받은 뒤 5월경 최종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한국업체들이 이를 따내게 되면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잠수함 성능은 한국(한화오션)이 독일(TKMS)보다 월등하다. 한화오션의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운항 거리 또한 최대 7천해리(약 1만2천900㎞)에 달한다.
아울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으로 비대칭 억제 전략을 펼칠 역량도 갖췄다. 방산업계 및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잠수함은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캐나다 해군이 원하는 성능을 만족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독일의 TKMS가 제안하는 212CD급은 현재 독일이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모델이다. 진수식까지 마친 한국 잠수함과 달리 완성된 실물이 없다. 배수량도 약 2천500톤으로 한국 잠수함보다 작아 캐나다가 요구하는 장거리 항해 등 능력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캐나다가 우수한 성능의 한국 잠수함에 관심을 보이며 한국에 유리한 흐름으로 흘러왔다. 그러나 최근 독일이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제안하며 사업에 접근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독일은 10억 달러(약 1조4800억원) 규모의 캐나다산 전투관리체계(CMS)를 자국 해군에 도입하며 절충교역을 활용한 수주전에 나섰다.
절충교역은 해외로부터 무기나 장비를 도입할 때 계약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 부품 제작 수출 등 반대급부를 받는 교역 방식이다. 또한 독일은 핵심 광물, LNG(액화천연가스), 수소 협력 등에 대해 G2G(정부 대 정부) 협력을 진행 중이다. 올해 8월에는 핵심 광물 협력에 대한 공동의향 합의서도 체결했다.
독일은 현지 생산, MRO(유지보수) 시설 확충, 북극 해군기지 현대화, 잠수함 운영 요령 전수, 독일 정부 보증 금융, 1천500억유로(약 255조원) 규모의 EU(유럽연합) 군비 기금(SAFE) 활용 등 다양한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노르웨이까지 캐나다에게 설계 공유를 제안하며 가세했다.
프랑스 해양 방산 전문매체 나발 뉴스(NAVAL NEWS)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10월 "캐나다가 노르웨이와 잠수함 파트너십을 맺으면 세 나라가 조선소 자원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다"며 "우리의 협력은 잠수함 공동 건조, 유지보수, 물류 관리, 추가 개발, 심지어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승조원 교환도 포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캐나다 글로벌뉴스(Globalnews)는 지난 10월 21일 토레 산드빅 노르웨이 국방장관이 캐나다가 자체 시설을 건설해 납품 시간을 단축하고 정비를 더 빠르게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를 공유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독일의 움직임에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방산특사)에 임명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캐나다 방문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수주 여부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은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간 정치·외교 영역의 경쟁으로 넘어가 있다"며 "한국 잠수함의 성능 우위가 수주로 직결되려면 정부가 독일이 제안한 것 이상의 절충교역을 캐나다에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