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역대급 매출에도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자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수익성 악화 지속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합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하며 '300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잠정 집계 기준)이 전년 대비 6.3% 증가한 186조2천54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새롭게 썼다. 기아 역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6.2% 증가한 114조1천40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사상 최대 매출의 달성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지난해 연결 기준 현대차의 영업이익(잠정 집계 기준)은 11조4천6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다.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3% 감소한 수치다.
역대급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자동차 관세의 영향이 꼽힌다. 두 업체의 지난해 관세 비용은 각각 4조1천100억원과 3조1천억원에 달했다. 오롯이 관세에만 7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모된 것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더욱 험난해질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미국의 관세 25%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산 자동차 등 품목 관세와 상호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상향하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 이후 우리나라는 입장 피력을 위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을 급파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관세 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실제 관세를 15%에서 25%로 조정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자동차 품목 관세가 25%로 복귀한다면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비용은 추가로 4조3000억원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2026년 합산 영업이익률을 18%나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도 "관세가 인상될 경우 추가 영업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이 경우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대차 23%, 기아는 21%가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올해의 경우 지난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역대급 판매량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관세의 영향이 특히 클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올해 1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미국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12만5296대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의 판매량은 6만794대로 2.4% 늘었다. 기아 판매량은 13.1% 증가한 6만4502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판매량은 6.6% 증가한 5170대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차, 기아 각 사는 물론 합산을 기준으로 역대 1월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올해 고민을 키우는 요인은 미국 관세뿐만이 아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지역의 전기차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서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 시장에서 중국 대표 전기차 브랜드인 상하이자동차(SAIC)와 BYD의 판매량은 각각 30만6천대, 18만8천대로 집계됐다.
SAIC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9% 증가했다. BYD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8.6% 폭증했다. 해당 업체는 헝가리, 튀르키예 등에 생산거점까지 구축한 상태다. 이에 힘입은 중국 업체들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3%까지 증가했다.
향후 중국 업체들의 유럽 점유율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이 EU와 자국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대신 유럽 수출 시 특정 가격 아래로 판매하지 않겠다는 하한선을 설정하는 '가격 약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향후 3년간 중국의 대(對) EU 전기차 수출이 매년 20%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유럽 점유율은 전년 대비 0.3%p 하락한 7.9%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은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영향력 강화에도 힘을 주고 있다. 전기차 매체인 차지드 EV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자동차 시장의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총 30만6천351대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이중 BYD, 창안 등 중국 업체들의 판매량은 24만4천대로, 1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BYD의 판매량은 8만5000대로 가장 많았다.
중국 업체들은 캐나다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더 글로브 앤 베일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기업 체리는 캐나다 시장 진출을 위한 초기 단계에 착수했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중국과의 전기차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던 관세를 기존 100%에서 6.1%로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입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기아에게 고민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유럽과 북미 시장은 현대차·기아에게도 중요 시장으로 꼽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 약진에 따른 영향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비(非) 중국 전기차 시장 판매량이 BYD에게 추월당한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판매량은 BYD가 62만7000대, 현대차그룹이 60만9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8% 증가하는 동안 BYD의 판매량은 141.8% 폭증했다. 이로써 BYD는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제조사별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BYD에게 뒤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극단적으로 보면 다른 지역의 엔트리 모델을 두대 판매하는 것보다 미국에 한대를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는 더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관세가 오르고 미국 판매량을 줄이면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다른 지역으로의 판매량을 늘린다 하면 매출은 좀 더 늘어날 수 있을지언정 수익은 아마 더 떨어지거나 늘어난 매출 대비 상승률이 아주 미미할 정도로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내연 기관 대비 차량 가격이 높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은데 이러한 시장을 중국한테 뺏기고, 내연기관 위주로 승부를 하게 되면 수익률 향상에 한계가 있다"며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좀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쪽에 다양한 모델 출시와 시장 점유율 확대가 중요한 솔루션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