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당뇨발 환자와 마주하다 보면 반복해서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혈당은 안정적인데, 왜 발의 상처는 제자리에 머무르는가. 기록지 속 수치는 질서정연하지만, 피부는 전혀 다른 언어로 상태를 말하고 있다. 멈춰 선 육아조직, 얇아진 상처의 경계, 빛을 잃은 피부색. 이는 상처의 깊이 문제가 아니라, 피부가 지닌 회복의 질서 자체가 무너졌다는 신호다. 당뇨발은 단순한 외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지속된 고혈당 환경은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피부 세포로 향하던 산소와 영양의 흐름을 서서히 끊어놓는다.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해도, 이미 황폐해진 피부의 미세 환경은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세포는 분열할 힘을 잃고, 상처를 메우기 위해 작동해야 할 신호 체계는 침묵한다. 이 지점에서 ‘수치는 정상인데 조직은 죽어가는’ 모순이 시작된다. 치유의 본질은 덮는 데 있지 않다. 상처를 가린다고 해서 피부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회복은 피부 깊은 층에서 세포 간 신호가 다시 연결되고, 새로운 혈관이 돋아나며, 콜라겐 기질이 재구성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피부가 스스로 회복을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을 다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당뇨발 치
【 청년일보 】 피부에 만져지는 작은 혹은 대개 통증이 없고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보면, 같은 '혹'이라 불려도 그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지방종인지, 표피낭인지, 흔히 피지낭이라 부르는 병변인지에 따라 치료 원칙과 수술 방법, 재발 가능성까지 달라집니다. 진료실에서 표피낭을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여기고 스스로 짜보았다는 환자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러나 표피낭은 구조를 가진 질환으로, 내용물만 제거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압출하면 낭벽이 남아 재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재발이 반복되면 염증이 만성화되고 흉터나 색소침착 같은 2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방종은 피하 지방층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 비교적 말랑하고 경계가 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표피낭은 각질과 피지 성분이 주머니 형태로 차오른 병변으로, 낭벽을 포함해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유사해 보여도, 초음파 등 영상 진단과 촉진을 통한 정확한 감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차이 때문입니다. 정확한 진단은 수술의 범위와 방법을 결정합니
【 청년일보 】 겨울철이 되면 유독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난방만 켜면 더 가려워진다"는 말은 이제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신호처럼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 가려움을 단순한 건조 증상으로 여기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원인은 훨씬 복합적이다. 난방으로 만들어진 실내 환경 자체가 겨울 알레르기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실내 난방이 지속되면 공기 중 습도는 빠르게 낮아진다.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은 수분을 머금고 있을 때 외부 자극을 막아내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건조한 환경이 반복되면 이 보호막은 쉽게 무너지고, 피부는 외부 자극에 민감한 상태로 변한다. 이때 작은 자극에도 가려움이 쉽게 유발되고, 염증 반응이 동반되면서 알레르기성 피부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겨울철 실내 환경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도 취약하다. 환기가 줄어드는 계절 특성상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포자, 미세먼지와 같은 알레르겐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피부 장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러한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만성 가려움증이 쉽게 악화된다. 특히 증상
【 청년일보 】 많은 환자들이 "시술은 꾸준히 받아왔지만 피부 변화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특정 시술의 효과 부족이라기보다, 피부 변화를 좌우하는 보다 근본적인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부는 단순한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조직이 아니다. 표피와 진피, 그리고 그 아래의 지지 구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재생 구조' 위에서만 변화는 비로소 축적된다. 이 구조가 약화된 상태에서는 반복적인 시술을 이어가더라도 개선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노화가 진행된 피부에서는 재생 속도 자체가 느려지고, 손상 이후 회복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때 표면 위주의 접근이나 일시적인 당김 효과에만 집중한다면, 피부는 잠시 좋아 보일 수는 있어도 본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피부 변화가 더딜수록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시술을 했는가'가 아니라, 피부가 회복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유지되고 있는가다. 재생이 가능한 토대가 갖춰져 있을 때에만 치료의 효과는 누적되고 지속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임상에서는 피부 재생 환경을 보조하는 접근들이 함께 논의되고 있으며, PDRN은 손상된 조직의 회복 과정에서 세포 재생 신호를
【 청년일보 】 여드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는 '피지'다. 많은 사람들이 피지를 단순히 번들거림의 원인으로 생각하지만, 피부과적으로 보면 피지는 여드름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피부 건강을 지키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피지가 과해질 때, 그리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부터 시작된다. 피지는 원래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 증발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분비량이 늘어나거나 배출 경로인 모공이 원활하지 않으면, 피지는 모낭 속에 머물며 점차 산화되고 딱딱해진다. 이렇게 굳은 피지가 모공을 막으면서 블랙헤드나 화이트헤드와 같은 면포성 여드름이 형성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모공 내부 환경은 여드름균이 증식하기 쉬운 조건으로 바뀐다. 염증 반응이 더해지면 붉게 부어오르는 염증성 여드름으로 진행되며, 통증이나 고름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단계에서 여드름을 손으로 직접 짜는 행동은 염증을 피부 깊숙이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리한 압력으로 여드름을 제거하면 일시적으로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염증이 남아 붉은 자국이나 색소 침착, 심한 경우 함몰 흉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 치료에서 '짜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 청년일보 】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콜라겐이 줄어서 처진 것 같아요"라는 표현이다. 물론 콜라겐 감소는 피부 노화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피부과 의사로서 피부 구조를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진피의 문제가 아닌 더 아래에서 시작된 변화가 피부 처짐의 핵심 원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이루어진 입체적인 구조다. 이 중 피하조직은 흔히 '지방층'으로만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피부를 위에서 떠받치는 구조적 지지대에 가깝다. 얼굴의 볼륨과 윤곽, 탄력 유지에 관여하며, 진피층이 제 위치를 유지하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피하조직이 안정적일 때 피부는 자연스럽게 차오르고 탄력도 유지된다. 문제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 피하조직의 구조가 서서히 약해진다는 점이다. 지방 세포의 배열이 흐트러지고, 이를 지지하는 섬유 구조가 느슨해지면 피부는 위에서부터가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꺼지고 처지기 시작한다. 볼이 납작해지고 턱선이 흐려지며, 눈 밑이 꺼져 피곤한 인상이 되는 변화는 대부분 이 과정에서 나타난다. 피부가 처진 이후 회복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재생 주기가 빠른 표피·진피와 달리, 피하조직은 변
【 청년일보 】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만나지만, 그들의 고민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피부 트러블, 만성 피로, 상처 회복 지연, 잔주름과 탄력 저하, 그리고 "예전 같지 않다"는 막연한 불안감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제각각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하나의 원인이 반복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만성 염증이다. 염증은 원래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반응이다. 상처가 나면 붉어지고 열이 오르는 급성 염증은 치유를 위한 정상적인 과정이다. 문제는 이 염증이 꺼지지 않고, 미세한 불씨처럼 몸속에서 지속될 때다.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염증은 혈관, 뇌, 피부, 장기 전반을 서서히 손상시키며 각종 만성 질환의 토대가 된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노화와 알츠하이머조차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인플라메이징’, 즉 만성 염증에 의해 가속화되는 생물학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늙는 것이 아니라, 몸이 오랫동안 염증에 노출되어 온 결과라는 해석이다. 피부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기관이다. 반복되는 염증은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고, 재생 능력을 떨어뜨리며, 상처 회복을 늦춘다. 여드름이 잘 낫지 않고, 레이저 후 회복이
【 청년일보 】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마주하다 보면 눈가나 팔자 주름을 고민하며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피부를 면밀히 진찰할 때, 주름보다 더 주의 깊게 살피는 신호가 있습니다. 바로 ‘세로 모공’입니다. 많은 분이 모공을 단순히 피지 분비가 많아 커진 현상으로 여기지만,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세로 모공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표면적인 문제가 아니라, 피부를 지탱해오던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강력한 노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둥글던 모공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점점 길어지고 처지기 시작했다면, 이는 피부 탄력을 책임지는 진피층의 지지력이 약화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진피층은 콜라겐과 엘라스틴으로 구성된 촘촘한 그물망 구조를 통해 피부를 아래에서 받쳐주는데, 이 구조가 느슨해지면 모공 입구를 단단히 붙잡아둘 힘을 잃게 됩니다. 그 결과 모공들은 서로 연결되듯 늘어지며 선을 이루고, 이 선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깊은 주름으로 고착됩니다. 다시 말해 세로 모공은 주름이 완성되기 직전의 단계이자,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신호를 방치할 경우, 얼굴 전체가 아래로 밀려 내려오
【 청년일보 】 피부과 의사의 시선으로 볼 때, 겨울은 당뇨 환자에게 단순한 추위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중심부 체온을 지키려 애쓰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곳이 바로 '피부'입니다. 말초 혈관이 수축하면서 피부로 가는 혈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이는 당뇨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양 결핍 상태를 초래합니다. 사계절 중 겨울이 당뇨 환자의 피부에 가장 혹독한 계절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당뇨 환자의 피부는 고혈당으로 인해 이미 '가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정상적인 피부라면 외부 자극에 유연하게 대응하겠지만, 당뇨 환자의 피부 장벽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습니다. 특히 겨울철 건조한 공기는 피부 속 수분을 무자비하게 앗아가며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다가 생긴 아주 미세한 상처조차,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당뇨 환자에게는 세균의 강력한 침입로가 됩니다. 남들에겐 며칠이면 아물 상처가 당뇨 환자에게는 수개월을 끄는 궤양으로 번지는 비극이 겨울철에 유독 빈번한 이유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감각의 마비'입니다. 당뇨 합병증인 신경병증은 통증이라는
【 청년일보 】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같은 상처인데 왜 저는 흉터가 이렇게 남았나요?"라는 물음이다. 상처가 생긴 뒤 시간이 지나면 피부는 겉보기에는 회복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기 위한 복잡하고 정교한 재생 과정이 진행된다. 이 과정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완성되느냐에 따라 흉터의 형태는 크게 달라진다. 흉터는 단순히 피부 위에 남은 자국이 아니다. 이는 진피층 손상 이후 섬유조직과 콜라겐이 재배열되며 형성된 결과물이다. 상처가 얕을수록 피부는 원래의 구조에 가깝게 회복되지만, 손상이 깊거나 염증이 반복될 경우 콜라겐 배열이 불균형해지며 꺼지거나 도드라진 흉터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여드름을 손으로 짜거나 비위생적인 기구로 자극하는 습관은 손상 범위를 확대해 흉터 위험을 더욱 높인다. 결국 흉터 형성의 핵심은 손상 이후 피부가 어떤 재생 환경 속에서 회복 과정을 거치느냐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PDRN은 손상된 피부 조직의 회복을 돕고 세포 재생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상처 치유와 피부 재생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피부 타입과 유전적 요인 또한 중요한 변수다. 재생력이
【 청년일보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피부는 가장 먼저 수분 부족과 장벽 약화의 신호를 보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신호에 보습제를 반복적으로 덧바르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그러나 얼굴의 붉은 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열감과 화끈거림이 동반된다면 단순 건조 피부와는 다른 혈관성 염증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피부 질환이 바로 안면홍조입니다. 안면홍조는 피부 표면의 모세혈관이 정상적인 자율 조절 능력을 잃고 과도하게 확장되거나 수축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특히 겨울철, 실내외의 큰 온도 차는 혈관을 반복적으로 자극하여 증상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혈관 확장 반응이 반복되면, 혈관 주변 조직에 염증 반응이 활성화되고 이는 피부 장벽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장벽이 약화되면 수분 손실이 가속화되고 외부 자극이 쉽게 침투하여 민감성 피부, 만성염증, 지속적인 붉은 기로 연결됩니다. 결국 보습만으로는 근본적인 회복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물 부족이 아니라 구조 손상에 있는 것입니다. 손상된 피부를 회복하고 혈관 과민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재생 중심의 치료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외선 강도가 낮아
【 청년일보 】 노화는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최근 피부과 및 재생의학 연구에서는 노화를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미세하지만 지속적인 염증 상태, 즉 만성 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 작은 염증의 축적이 세포 기능과 조직 구조에 영향을 주며 노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저속노화(Slow Aging)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바로 염증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피부는 외부 환경과 직접 맞닿아 있는 장기인 만큼 자외선과 미세먼지, 스트레스, 수면 부족, 흡연과 같은 다양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게 하여 미세 염증 상태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만성 염증이 지속되면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빠르게 손상되고, 섬유아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피부 재생 능력이 감소합니다. 또한 진피 구조가 약화되고 표피 장벽이 깨지며 피부는 점차 탄력과 밀도를 잃습니다. 결국 노화는 시간의 흐름보다 염증의 축적으로 더 크게 좌우됩니다. 저속노화의 핵심 목표는 단순히 외형적으로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