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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비좁고" 임대료는 "비싸지고"...사업 취지 퇴색된 '역세권 청년주택'

4.5평형에 보증금 2천7백만원~3천9백만원·월세 50만원 수준
청년층 "기존 월세방과 다를 바 없어"...사업 취지 '무색' 지적
서울시의 청년주택 고급화 추진에 "임대료 인상될라" 우려
건설업계 일각 "청년주택사업 방향성의 근본적인 고민 필요"

 

【 청년일보 】 지난 2016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역세권 2030청년주택' 공약으로 본격화된 서울시의 청년주택 사업이 2019년 첫 입주자를 모집한지 어느덧 3년을 맞이하고 있다.

 

청년들의 이른바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 생활을 청산하고 안정적인 도심 내 주거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개선된 주거 환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청년주택사업이 일조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반면 청년주택 정책을 시행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청년주택이 하나 둘씩 본격적으로 청년층을 상대로 제공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여전히 각종 문제점들도 노출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속가능한 청년주택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의 추진 방향과 취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좁은 공간은 물론 갈수록 비싸져" 취지 무색 ...각종 문제 드러나는 청년주택

 

청년주택 사업 시행 이후 청년층들의 실입주가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당초 사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청년주택을 향해 "살만한 공간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이 아니라 "좁기만 한 집을 비싼 가격에 공급하는 정책"으로 본연의 사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월 1일부로 시행된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 및 운영기준 8차 개정안'에 따르면, "1인 청년주택의경우 전용면적 14㎡~20㎡내외, 신혼부부주택의 경우 30㎡~40㎡내외에서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흔하게 사용하는 단위인 '평수'로 치환하면 1인 청년주택의 경우 최소 4.2평~6평 내외, 신혼부부주택의 경우 9평~12.1평 내외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처럼 비좁은 청년주택의 전용면적은 지난 2020년 10월 국토교통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당시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 취지는 훌륭하지만 임차인, 사업자 모두 어려움이 있다"면서 "면적도 15㎡에 불과해 침대 하나, 책상 하나 놓으면 가득 차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당시 이 같은 비판을 감안해 9차 개정안(2020년 10월 5일부 시행)에서 "전용면적 18㎡~60㎡내외에서 세대유형별 세대수 비율은 1인 세대 규모(셰어형 포함, 18㎡이상)와 2인이상 규모(36㎡ 이상), 설치비율은 7:3으로 권장한다"며 해당 내용을 일부 보완했다.

 

그러나 1인(셰어형 포함) 및 2인 세대의 전용면적으로 각각 제시된 18㎡와 36㎡는 5.4평과 10.8평 대를 의미한다. 이는 종전의 개정안에 비해 불과 1평 정도 늘린 규모다.

 

 

이에 서울시는 10차 개정안(2021년 10월 1일부 시행)을 통해 각 세대원 규모별 전용면적을 한 차례 더 늘리도록 했다.

 

당시 서울시는 "전용면적 20㎡~60㎡내외에서 다음의 건설 규모를 따라야 하며 2인 이상 세대는 2룸을 원칙으로 한다"며 "실사용면적 25㎡이상(셰어형포함), 2인이상 세대는 실사용면적 45㎡이상"이어야 한다는 보완된 건립 기준을 제시했다.

 

25㎡는 7.5평을, 45㎡의 경우 13.6평을 의미해 '좁은 평수' 로 문제가 지적된 시점의 건립 기준보다는 다소 보완 됐지만, 실제 사업 대상인 청년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거주 공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건립 기준 개정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 크기'와는 달리 더 큰 난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비싼 임대료' 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크게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진행하는 '공공임대'와 민간 사업자가 진행하는 '민간임대'로 구분된다. 특히 민간임대의 경우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으로 세분화 돼 임대가 진행된다.

 

공공임대의 경우에는 '주변 시세 대비 30% 수준'에서 임대료가 책정된다. 문제는 임대물량의 대부분을 차지 하는 '민간임대'다. 민간임대의 경우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은 각각 주변시세 대비 85%, 95% 이하 수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된다.

 

일례로 최근 입주민 모집이 이뤄진 도봉구 쌍문동의 '인히어 쌍문'의 공공임대의 경우 전용면적 17㎡의 보증금은 2400만원대, 월 임대료는 8만원대다. 이는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임대가 이뤄졌다.

 

하지만 공공임대 물량은 16㎡·17㎡·19㎡형을 모두 합산해도 70세대에 불과하다. 즉 민간임대(일반공급·특별공급 포함) 물량이 218세대로 입주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공급(114세대)의 경우 동일 평수 기준 보증금은 3224만원, 월 임대료는 38만원 수준이었고, 특별공급(104세대)의 경우 보증금은 2640만원, 월 임대료는 31만원 수준이다.

 

다시 말해 '인히어 쌍문'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반면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청년주택인 'BX201'의 경우 더 비좁은 15㎡(약 4.5평)형을 기준으로 보증금이 2700만원~3900만원, 월 임대료는 47만원~53만원(일반공급 기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청년층 사이에서는 "면적은 더 좁아졌는데 임대료는 더 비싸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B씨는 "직장을 다니며 청년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받는 월급에 비해 월세로 나가는 비용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며 "차라리 비슷한 임대료 수준에 더 나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2030 스마트홈으로 문제 보완"...실효성에 '물음표'

 

이 같은 상황에서 오세훈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존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고급·스마트화'를 주요 골자로 한 '2030 스마트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 시장은 지난 5월 26일 "기존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굉장히 많은 재원을 투입했는데도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폐쇄감을 느낄 정도로 너무 좁고 디자인이 뒤처져 동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 등이 문제"라고 언급, 청년주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앞으로 청년주택은 지나치게 좁은 평형이 아닌, 결혼해도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공간이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며 "인센티브를 강화해 주거 면적을 늘리도록 하고, 설계나 건축 디자인에 도시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동네에서 환영받는 청년주택으로 변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청년주거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2030스마트홈'을 조성해 'MZ 세대'의 수요 변화를 반영하고 청년주택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기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한계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주택의 낙후된 설계 및 디자인·좁은 평형을 개선해 청년들의 입장에서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시공 단계부터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복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오 시장의 계획이 청년주택의 임대료 상승을 가속화 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청년주택 입주를 준비 중인 20대 청년 C씨는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을 통해 수입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는 (현 시점의 임대료가) 이미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하루 종일 일해 급여를 받아도 절반 정도의 금액을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며 청년주택의 고급화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청년주책의 고급화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청년주택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건설자재 비용 상승분을 시공비에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나온 상황에서 청년주택의 고급화를 추진할 경우 비용은 더욱 상승하게 돼 이는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주택이 좋은 취지로 시작된 만큼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모든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시는 청년주택 사업과 관련 조례 개정을 완료하고 오는 2025년까지 4만8000가구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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