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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에 놓인 'K반도체'···국내 반도체 기업 '끌탕'

최대 수출 품목 반도체···2월 수출액, 7개월 연속 내리막길
美, 반도체 패권주의 가속화···'반도체 지원법' 논란 불거져
초과 수익 공유·반도체 시설 접근 요구···국내 기업 '당혹감'
생산의존도 높은 對中 투자 제한 조치···삼성·SK 등 '초비상'
산업부 "中 있는 국내 기업···경영활동 부담않는 원칙 고수"
설상가상 'K칩스법' 발목···국회 첨예한 대립 업계 속앓이
해외 선진국, 반도체 산업 육성 총력···韓과 격차 수준 커

 

【청년일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최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리나라 최대 효자 품목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가 제품 가격 하락 영향으로 지난달 수출액이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논란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을 끌어올리자는 기획재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인 소위 'K칩스법'도 여야 간 평행선을 그으며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안갯 속에 빠져들면서 일각에선 자칫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정치권과 반도체 업계,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보조금 수령을 위한 신청을 받았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반도체 생산지원금 기금지원공고(NOFO)에는 ▲경제·국가안보 ▲상업적 타당성 ▲재무상태 ▲투자이행 역량 ▲인력개발 ▲기타 파급효과 등 6가지 심사 기준이 담겨 있다.

 

반도체 지원법은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미국에서 지난해 8월 발효 됐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반도체 업체들에게 향후 5년에 걸쳐 527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제공키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공장 설립 지원에 390억달러(약 50조원), 연구개발(R&D) 분야에 132억달러(약 17조원)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선 이같은 법이 과도한 '독소조항'을 다수 포함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초과이익 환수'다. 

 

이는 1억5천만달러(한화 약 2천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당초 제출한 기대수익을 크게 초과하는 수익을 낼 경우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최대 75%까지 이익을 환수해야하며 미국 정부 입장에선 자국 반도체 육성에 쓸 수 있다.

 

또한 미 국방부 등에 '반도체 시설 접근'을 허용하도록 요구했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업종 특성상 생산설비 공개는 자칫 원천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건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보조금을 받는 대신 재무 건전성 입증 지표와 예상 현금 흐름 전망치 등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이 높은 미국 의존도 때문에 섣불리 보조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빌미로 삼아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지원법 목표가 사실상 중국과의 패권경쟁인 만큼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의 투자가 제한된다는 점과 함께 특히 국내 굴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그동안 중국 사업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생산 공장과 파운드리 공장을, 다롄에는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생산의 5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생산 의존도가 높은 수준이다. 

 

이미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양사는 미 정부로부터 대규모 혜택을 받는 대신 중국 사업을 접거나, 또는 혜택을 포기하고 중국 사업을 이어갈 지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다. 

 

이에 정부도 기업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이달 내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한 미 정부의 방침이 나올 것인데 협의는 계속할 것이고 최대한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담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보조금 수령 기업의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2016년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던 트럼프 정부보다 바이든 정부 들어 보호무역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면서 "이같은 보호무역 강화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고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커다란 타격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미국 보조금은 물론 중국 시장과 생산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구성해 외교적인 노력 및 협상력을 총동원해 최대한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반도체 패권을 움켜쥐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이면서 복잡한 셈법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미국 정부와 가드레일 조항 관련 협의에 나서며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부는 "그간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 상무부에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한 입장을 개진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세부 규정 마련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반영되도록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에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하 K칩스법)이 국회에 표류하고 있어 양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반도체를 포함, 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중견기업 기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 기준 현행 16%에서 25%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직전 3년 동안 연평균 투자금액을 초과해 투자하는 경우 올해까지는 10% 추가 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같이 포함시켰다. 추가공제 적용 시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세액 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야간 이견 탓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위기에 봉착한 만큼 K칩스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혜택을 받는 기업 대부분은 대기업 재벌이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가 지연되면서 업계 안팎에선 국내 반도체산업이 경쟁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경쟁국들의 세제 혜택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격차가 상당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있다. 미국같은 경우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에 대해 건당 최대 약 4조원을 지원하며 설비투자하는 기업에 세액을 25% 감면해주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 소득세를 50~100% 감면해준다.

 

대만은 최근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 25%를 세액공제해준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속이 타는 모양새다.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 및 재정 지원을 확정하면서 국내 사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K칩스법 처리 지연 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같은 국내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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