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자동차 차체용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아산성우하이텍이 하청업체에 하도급 대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법적 소송에 휘말렸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아산성우하이텍은 지난 1995년 설립된 현대·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사로 자동차 차체용 부품을 제조하며 30여개가 넘는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아산성우하이텍은 지난 2014년에도 하청업체의 납품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해 공정위로부터 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행위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고질적인 병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산성우하이텍, 계약상 하도급 대금 감액 지급…연장·특근수당도 미지급
1일 법조계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아산성우하이텍은 하청업체들로부터 하도금 대금 부당 감액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아산성우하이텍으로부터 일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조립공정과 도장업무를 하청받은 A기업과 B산업(이하 하청업체)은 2014년 부터 약 10여년 동안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하도급 대금 중 최근 3년 동안의 하도급 대금에 해당하는 약 9억7천만원과 7억8천만원을 지급해달라며 지난 4월 7일 부산지방법원에 관련 내용을 담은 소장을 접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도 이같은 사실을 신고한 상태다.
하청업체 측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 주요 원인으로 아산성우하이텍이 양사가 맺은 하도급 계약상 지급되어야 할 금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지급해왔고, 하도급 대금을 산정하는 기준에서 연장·특근 시간이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청업체에 따르면 아산성우하이텍은 하청업체의 하도급 대금을 산정함에 있어 주간 8시간 야간 8시간의 근로시간만을 인정해 왔지만 실제 하청업체의 직원들은 계약서상 명시되어 있는 기본 주간 8시간 야간 9시간 동안 근무 했으며 납품 기일 등을 맞추기 위해 연장 근무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또한 약 2회 고정적인 주말근무도 이뤄졌다.
이같은 사실에 비춰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은 월 200.5시간의 근로시간을 인정받아야 하나 아산성우하이텍측은 초과 근무 시간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산정한 최소한의 기준인 187시간을 기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전액 지급되지 않았다는 게 하청업체측의 주장이다.
하청업체측 관계자는 "연장근무와 초과근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아산성우하이텍의 행태로 인해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금액도 못받고 있다"며 "우리는 성우하이텍에서 제게한 주간 8시간 야간 8시간의 임률 단가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하도급 대금 산정 기준 변경...'꼼수'에 일감 뺏고 돌려주기 의혹
하청업체에 따르면 아산성우하이텍은 지난 2020년 부터 하도급 대금 산정 기준을 기존 '인 도급' 방식에서 차종의 단가와 물량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실적 도급'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인 도급 방식이란 하도급 대금 결정에 있어 근로자 1인에게 적용할 '임률'을 정하고 근로자수와 근로시간을 합산해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실적 도급 방식은 실적에 따른 임금 지급 방식으로 산출량이 적을 경우 적은 임금이 지급되는 형태다.
하청업체 측 관계자는 "산정 기준 변경시 아산성우하이텍은 변경된 방식이 우리에게 더 유리한 방식이고 업계가 다 변경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변경했고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만 실제 지금된 금액은 예전 방식으로 계산됐을때보다 적었다"며 "아산성우하이텍의 꼼수로 손해를 떠앉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하청업체측은 아산성우하이텍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동차 부품의 약 90%가 불량품으로, 이는 단순 자동화 공정으로 처리가 끝날 작업에 용접 등 수작업이 불가피하게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인해 근로시간은 늘어나는 반면 출고 물량이 줄어들어 월 기준 약 1천만원의 손해가 발생했지만 아산성우하이텍은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하도급 대금에 반영하지 않았다는게 하청업체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아산성우하이텍 측은 "해당 제품은 불량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제품으로 하청업체도 이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며 작업인원이나 가동률도 두번이나 조정해드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아산성우하이텍은 하청업체에 일방적으로 일감을 빼갔다 돌려주기도 했다.
하청업체 측 관계자는 "택시용 LF소나타를 생산했을 당시 아산성우하이텍의 정규직 일거리가 떨어졌다며 해당 일감을 내놓으라고 했다가 그들의 일거리가 생기면서 다시 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며 "부당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아산성우하이텍 "시효만료 및 계약서대로 대금 지급" 주장에...법조계 일각 "전형적인 갑질행위"
법조계는 대금 산정 기준 변경에 대해 "대금 산정 기준의 변경으로인해 하청업체가 금액적인 손해를 입었다면 이는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도급법 위반에 대해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불공정 거래행위 자체로 불법행위가 구성되며 원사업자는 이로 인한 수급사업자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아산성우하이텍 측은 이에 대해 "서로 입장차가 있음으로 법정에서 다퉈야할 문제"라면서도 "(하청업체에서)법적으로 해당사항이 없거나 시효가 끝난 사안까지 주장하고 있고, 시효가 있는 건은 계약했던 대로 돈을 다 지급했다"고 말했다.
다만 하청업체 측 관계자는 "지난 2019년 공문을 보내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미지급분을 달라고 하자 아산성우하이텍의 대표이사와 직접 얘기하는 자리에서 더 이상 과거 도급비를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써주면 앞으로 도급비를 제대로 챙겨주겠다고 해놓고 계약서를 써주니 두 말을 한다"며 "아산성우하이텍에서 직원으로 10년 이상 일한 경험도 있고 대표이사가 그렇게 까지 얘기해 믿어보려고 했었는데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했다"는 입장이다.
이어 "변호사를 통해 최근 3년치를 제외하곤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서도 10년전 하도급 대금을 얘기하고 있는것은 하도급 관계를 떠나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도 하청업체 측은 하도급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자 2021년과 2022년 등 여러 차례 계약 종료를 통보했지만 아산성우하이텍은 그때 마다 "잘 챙겨줄테니 같이하자" 또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회유하거나 하도급 대금 지급 대신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실제 5천만원 씩 두 번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서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등 하청업체에 대한 전형적인 갑질행태란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내 하도급 업체들 중 이러한 갑질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도급법은 전세계에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법"이라며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체계로 인해 산업 대부분이 하청·하도급 구조로 돼있는데 하도급법이 발달됐다는 것은 그만큼 하도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차 밴더 업체들의 경우 하도급 업체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이 산업구조상의 현실이라며 "원청인 현대·기아가 1차 벤더 업체들의 관리를 소홀히 해서 벌어진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우리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과 임금은 하청이 아래로 거듭될 수록 현저히 낮아진다"며 "대한민국 제조업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비슷한 예로 원청에서 하청으로 단가를 제대로 쳐주지 않는 '단가 후려치기'도 20년간 제조업계에서 반복되어 온 관행이라며" 원청인 현대기아차의 역할에 대해 "우리는 현기차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법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지난 7월 6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조정원(이하 조정원)에서 열린 1차 조정 기일에서도 양측은 입장차를 줄이지 못했다.
하청업체 측에 따르면 조정원은 손해배상액에 대한 산정기준을 인건비에서 실적기준으로 바꿔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에 A기업은 지난 7월 20일 약 10억8천만원, B산업은 8월 28일에 약 9억3천만원을 조정원에 제출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