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노동조합 쟁의행위(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내용이 담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 때인 지난해 11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2대 국회 들어 거대 야당을 포함한 일부 야당 의원들이 노란봉투법 입법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산업계의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18일 국회 및 재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 소속 의원 87명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의 책임 강화 및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 당시의 법안보다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법안에 더해 해고자, 실업자 등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였던 노조법 2조 4호 라목(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을 삭제했다는 점에서다.
다시 말해, 해당 조항이 삭제될 경우 실업자뿐만 아니라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았던 '플랫폼 노동자' 역시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대표발의자 중 한 명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서구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동대표발의'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여당이) 우선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나와 충분한 토론을 하고 의견들을 모아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공동대표발의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노란봉투법은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손배가압류를 막아내서 노사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고 불공평한 원하청 관계를 개선해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양극화를 완화하는 등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조원들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시민단체들이 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낸 것에서 처음 유래했다. 19대와 20대 국회 당시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진 못했다.
이후 2022년 6월 약 50여일간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사태로 다시금 재조명됐다. 당시 사측은 파업사태로 약 8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며 노조 측에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노동계는 이에 강력 반발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일어난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에 나서면서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손해배상 청구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서자, 노동계와 야권 일각에서는 법안 개정 목소리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11월, 노란봉투법은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재의결 투표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이 22대 국회 들어 '재시동'을 건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해당 법안이 개정될 경우 산업계는 물론, 자칫 국가 경제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노조의 불법파업이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측은 "야당이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함해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결국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에 커다란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특히 금번 발의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닌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했다"면서 "이에 따르면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사용 종속관계가 없는 전문직, 자영업자와 같은 사업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불법파업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해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이러한 법안을 재추진한다는 것은 국가 경제를 생각하는 정치라고 할 수 없다"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고 노조를 위한 정치는 국가 경제 시스템을 망가뜨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