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혁신 신약을 240일 내 허가하는 것을 목표로 심사 인력 확충과 허가·심사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동시·병렬적 심사로 전환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신약 허가 혁신방안을 도입해 ▲제품별 전담 심사팀 운영 ▲허가 수수료 현실화 ▲임상시험(GCP)과 제조·품질관리(GMP) 우선 심사 ▲전문인력 확충 등을 운영·추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전문인력 확충 시 제약·바이오 산업계 전문가 영입과 함께 식약처 심사관-기업·산업현장 간의 소통 창구를 공식화해 신약 심사의 전문성 강화 및 불필요한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유경 식약처 처장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밝힌 현재까지 신약을 포함한 의약품 인허가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오 처장은 “현재 ‘연구개발→비임상→임상→심사→허가’에 이르기는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규제 공급자 중심의 소극적 관리에 머물고 있으며, 1~2명의 심사관이 아파트 10층 정도의 방대한 서류를 순차적으로 심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의 심사 인력은 369명으로 ▲미국 FDA 9천49명 ▲유럽 EMA 4천명 ▲일본 600명 대비 적었다.
인력 부족은 연간 신약 허가에도 영향을 끼쳐 연간 신약 허가 1건당 미국(약 40명)과 유럽(약 20명) 등에서 수십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것 대비 우리나라는 3~5명에 불과해 신약 등 K-바이오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려면 심사 인력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문제점 개선을 위해 혁신 신약을 240일 내 허가하는 것을 목표로 심사 인력 297명 증원과 ▲제품별 전담 심사팀 운영 ▲허가 수수료 현실화 ▲임상시험(GCP)과 제조·품질관리(GMP) 우선 심사 등을 추진·운영하고 있다.
특히 심사 인력의 경우 전문 의·약사 등 고역량 심사자 비율을 확대하고 최신 기술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확충해 심사자의 전문성과 규제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심사 담당자 경력 단계별 맞춤 교육(기본, 핵심, 심화)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신약 심사원을 위한 최신 기술 분야 교육프로그램(Model-Informed Drug Develiopment 등)을 확충했고, 향후 해외 교육과정 등 교육·훈련을 확대할 계획이다.
식약처의 움직임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전문가 영입을 통해 산업화 부문의 전문성 제고와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및 이를 위한 상설화·전문화된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들이 새로운 의료기술을 보다 빨리 접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 및 ‘신의료기술평가 원스탑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제약·바이오 산업계(이하 산업계)’에서는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객관적인 근거와 전문가 토론을 통해 평가함으로써 의료기술의 신뢰성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통과한 신의료기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를 통해 ▲급여 ▲비급여 ▲선별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의료기술의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 기간이 매년 늘어, 현재 300일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목표 일수인 100일보다 약 3배나 긴 수치다.
이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간 단축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신규 직원이나 산업계에 있지 않았던 사람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경험이 많은 산업화 전문가 영입을 통한 전문성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식약처 심사관이 요구하는 자료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약 허가 기간을 단축하려면 심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보완하는 과정 및 해당 과정에서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신약은 후보물질과 기전(질병을 치료하는 작용 방식) 등이 최초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 등이 없어 심사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목표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을 연구·개발 중인 기업·대학·연구기관들과 식약처의 심사관이 함께 신약별로 토론·심의해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 및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특히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와 기업·산업현장 간 소통을 공식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는 현장에서의 의견들을 단순 민원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체 등을 구성해 충분히 소통·논의 후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현장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가이드라인 제정안 등을 마련할 때마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해서 전문화된 상설 협의체를 꾸려 투명하게 의견을 나누고 합의된 사항 등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인 틀 안에서 식약처와 기업 등이 그룹을 만들고, 그룹 내에서 나온 의견을 허가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신약 허가 심사가 보다 더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