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대규모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 개 공급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막대한 컴퓨팅 자원의 확보는 AI 모델 학습 및 연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대전의 첨단 연구단지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쾌거의 이면에는 GPU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의 심각한 병목 현상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일각에서는 'AI 시대의 가장 큰 장애물은 GPU 공급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력 부족이라는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GPU 26만 개를 포함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최신 고성능 GPU는 서버당 10kW 이상의 전력을 요구하며, 이러한 수십만 장의 GPU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총 전력량은 중소도시 전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을 가볍게 초과한다.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1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전력 인프라 구축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선 국가적인 도전 과제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GPU 자체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AI 서버는 고밀도 전력(20~40kW급)과 고효율 냉각 시스템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국내 대다수 수도권 데이터센터는 저밀도 공랭식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AI 서버를 즉각 꽂아 돌릴 수 있는 'AI-레디 상면'은 전체의 5%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력 계통 불안정 지역이나 전력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는 곳에서는 구매한 GPU가 창고에 쌓여 재고로 머무르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제대로 열을 식히지 못하면 성능 저하 및 고장으로 이어지므로, 고효율 냉각 시스템(액체 냉각 등) 확보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원자력 업계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 수정과 원전 산업 생태계 지원 방침에 기대감을 보이며, SMR(소형 모듈 원자로)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통한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업계 신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 및 대규모 송전망(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공약에 힘입어 태양광, 풍력 등 관련 산업의 대폭 성장을 예상하며 환영하는 등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송배전망 확충,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의 막대한 부대비용은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기 전력 수급 안정화의 핵심은 '전력망의 선제적 보강과 분산 유도'이다. 정부는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지역별 송전망 혼잡도를 반영하는 '지역별 전력 가격제(차등 요금제)' 도입을 통해 전력 다소비 시설의 지역 분산을 유도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수용성 문제(님비 현상)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고압 송전망이나 대규모 발전소 건설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인해 수년씩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는 AI 인프라의 적기 구축을 어렵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 등 전문 기관은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지역별 요금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환포럼의 전문위원은 "전력 수급 문제는 송전선 부족이 아닌 과도한 외부 전력 의존에서 비롯 됐다"며, "송전선로 확충의 정합성을 띄기 위해선 수도권의 자체 발전량을 높이고 주요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 유도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송전선로를 추가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전력 시장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블랙웰'과 관련 2일 방영된 美 CBS의 '60분' 인터뷰를 통해 다른 나라에 주지 않겠다고 강조한 반면 엔비디아의 젠슨 황 회장은 경주에서 열린 APEC 기간 방한해 국내 주요 기업들에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최신 칩 26만장을 우선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