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나 어제 물만 계속 마셨는데 더 아프다.", "그럴 땐 그냥 더 자야지. 숙취지 뭐."
과음한 다음 날,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런 대화는 낯설지 않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도 대부분은 이를 단순한 숙취로 넘긴다. 갈증이 날수록 맹물을 찾는 행동 역시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익숙한 장면 뒤에는 실제로 응급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의학적 문제가 숨어 있다. 과음 후 무심코 반복한 '물 마시기'가 체내 전해질 균형을 무너뜨리며 급성 저나트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급성 저나트륨혈증은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낮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나트륨은 단순한 염분이 아니라, 체액의 균형과 신경 자극 전달을 유지하는 핵심 전해질이다. 이 농도가 급격히 변하면 신체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알코올은 수분 배설을 조절하는 항이뇨호르몬(ADH)의 작용을 억제해 소변량을 증가시키고 탈수를 유발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술이 깨는 과정에서는 ADH 분비가 다시 증가하며 체내 수분을 붙잡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 시점에서 다량의 맹물을 섭취하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희석되며 급성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삼투압 차이에 의해 수분이 뇌세포 안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 뇌세포가 팽창하고, 단단한 두개골 내부 압력이 상승하면서 뇌부종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심한 두통과 구토, 혼동, 의식 저하,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과정 또한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저나트륨혈증을 교정하기 위해 나트륨을 급격히 보충할 경우, 세포 밖 삼투압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세포 안의 수분이 급속히 빠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뇌교 부위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삼투성 탈수초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사지 마비나 발음 장애 등 회복이 어려운 신경학적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저나트륨혈증 치료의 핵심은 '빠른 교정'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춰 서서히 전해질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수액의 종류와 농도, 투여 속도, 신경학적 변화는 모두 정밀한 관찰을 전제로 관리돼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해질 균형은 '버텨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순간 선을 넘으면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다음 술자리 다음 날, 물을 마셔도 낫지 않는 두통이 계속된다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이건 술 때문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강다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