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과거 대한민국 고도성장기를 상징하던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격언은 이제 통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개인의 노력보다 타고난 환경이 경제적 성취를 결정하는 '수저 계급론'이 단순한 체감을 넘어 실증적인 수치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자산의 영향력과 지역 격차라는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세대가 젊어질수록 경제력 대물림 현상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을 측정하는 소득백분위 기울기(RRS)를 분석한 결과, 1970년대생 자녀의 소득 RRS는 0.11에 불과했으나 1980년대생에 이르러서는 0.32로 약 3배 급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산의 대물림이 소득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생의 자산 RRS는 0.42에 달하는데, 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이 자녀의 경제적 출발선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자산은 단순한 부의 척도를 넘어 세대 간 계급을 고착화하는 결정적인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심각한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이론적으로 개인의 경제적 성취는 개인의 노력과 외부 환경의 함수로 결정되는데, 부모의 경제력이나 출생 지역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개인의 책임과 무관한 요소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실제로 소득 불평등과 계층 이동의 관계를 보여주는 위대한 개츠비 곡선(The Great Gatsby Curve)에 따르면, 결과로서의 소득 불평등이 클수록 세대 간 임금 탄력성이 높아져 기회의 불평등 또한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즉, 부모 세대의 격차가 자녀 세대의 교육 기회와 인적 자본 형성, 나아가 건강 및 사회적 지위의 격차로 고스란히 전이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된 것이다.
특히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이 장벽은 더욱 높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지역 거점도시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계층 상승의 기회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비수도권 비이주 자녀가 다시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은 최근에는 80%를 넘어섰으며, 상위 25%로 진입하는 상향 이동 비율은 13%에서 4%로 급감했다.
이제 수도권 이주는 계층 상승을 위한 유일한 사다리가 되었지만, 이주 자체에 수반되는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등 상당한 비용 탓에 이 기회조차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자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결국 지역 격차가 계급 격차를 더욱 공고히 하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한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저소득층은 정치적 목소리를 잃거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
특히 미래에 대한 상향 이동 전망(POUM)이 낮아질수록 사회적 박탈감은 커지고, 이는 저출산 문제나 지역 소멸과 같은 국가적 위기로 직결된다. '어디서 태어났느냐'가 '무엇이 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사회는 역동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고 지역 거점도시를 실질적으로 육성하는 등, 환경에 의해 결과가 정해지는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나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