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 의료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지역 격차, 고액의 비급여 중심 구조, 의료의 경제적 불평등, 민간 보험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총액의 가파른 증가 등이 언급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지만 모든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의료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둘러싼 의료의 질 문제이다. 그렇다면 의료의 질은 무엇을 통하여 판단할까. 학교 토론에서는 치료의 효과, 그리고 원하는 병원에서 원하는 때에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특발성 폐섬유증 등 현상 유지가 최선인 질환이나 만성질환이 생겼다면 답변이 달라진다. 더 이상 약이나 치료를 통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해 보기 힘들 때도, 적절한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더불어 비용이 합리적이고 거리가 가깝더라도, 적절한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자 중심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 없다면 '원하는 병원에서 치료받는다'라는 의료 접근성으로부터 비롯되는 만족은 존재하기가 어렵다. 도서 '환자의 마음 : 뇌과학으로 풀어본 의사-환자 관계의 신비'를 읽은 적이 있다(청년의사, 2013). 해당 도서는 '이 모든 시스템은
【 청년일보 】 최근 의료 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기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쟁점은 의료 기사의 업무 기준을 현행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 수행하도록 바꾸는 개정안이다. 의사 단체는 의료 체계의 혼란을 우려하는 반면, 의료기사 단체는 전문성 인정과 규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인 임재원 교수(부산가톨릭대학교 임상병리학과)를 만나 개정의 당위성을 들어보았다. ◆ "국가 면허 통과한 전문인… 상하관계 뜻하는'지도' 표현 부적절" 임재원 교수는 "현행법에는 '지도'의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고, 오랜 관행과 해석상 의료 기사의 위상을 의사의 종속적 보조자로만 보는 표현으로 작동해 왔다"며 의료 기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며 상하관계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 용어는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제시되어야 합니다. 임상병리사와 같은 의료 기사들은 대학에서 고도의 전문 지식을 배우고 국가면허시험을 통과한 전문인"이라며 "그런데도 병원에서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지도'라는 표현이 의료 기사의 의무성, 권
【 청년일보 】 최근 의료 현장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복잡한 병리 이미지에서 암 영역을 몇 초 만에 찾아내고, 방대한 임상 기록을 학습한 거대 언어모델(LLM)이 환자의 문진 과정을 보조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 보면, AI가 의료 현장의 모든 공백과 비효율을 당장이라도 해결해 줄 것만 같다. 그러나 의료에서의 오류는 곧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일반 산업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며, 의료진의 실제 워크플로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 설계는 매끄럽게 의료 현장에 녹여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술의 실질적인 도입을 위해, 이제 우리는 단순히 성능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워크플로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은 'AI 과신'과 '경고 피로'의 충돌이다. AI 모델의 높은 정확도는 오히려 모델의 출력을 비판 없이 수용하여 시스템의 오류가 그대로 의료 사고로 이어지는 '과신'의 늪으로 유도할 수 있다. 반대로 AI가 아주 사소한 위험 요소까지 모조리 잡아내어 지속적으로 경고를 쏟아낸다면, 의료진은 결국 정작 중요한 치명적 신호를 놓쳐버릴 수 있다. AI는 보조
【 청년일보 】 이른 아침, 출근 시간 전인데도 병동은 이미 분주하다. 스테이션 한쪽에서 쏟아지는 인수인계를 받아 적는 신규 간호사와 물품 카운트와 비품 정리하기 바쁜 연차 간호사. 이들의 업무는 시작되었지만, 타임카드는 아직 찍히지 않았다. 이반 일리치는 자본주의 상품 경제가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작 임금은 지급되지 않고 노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숨은 노동을 그림자 노동이라 정의했다. 가사 노동이나 출퇴근에 소비되는 시간 등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간호사의 아침 역시 이와 닮아있다. 환자의 손을 잡고 투약하며 상태를 살피는 모습이 대중에게 그려진 이상적인 간호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간호사는 환자가 없는 스테이션에서 물품 개수를 맞추고, 컴퓨터 모니터 속 방대한 차트를 채우며, 병동의 환경을 정비하는 긴 그림자의 시간을 견뎌낸다. ◆ 간호사의 유령 시간 간호사의 노동이 기록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영역은 인수인계와 교육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와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명확하다.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는 인수인계와 강제성이 부여된 교육은 명백한 근로 시간이다. 실제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서울의료원 등 여러 국립대
【 청년일보 】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새 스마트폰을 뒤척이다 잠에 들 때까지, 생기는 여러 긴장과 불안들은 쉴 새 없이 우리의 마음을 갉아 먹는다.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넘기다간 우리의 몸과 마음이 전부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통계청이 우리나라 13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직장생활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10명 중 6명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이 일상적으로 심한 압박감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이처럼 해소되지 못한 직무 스트레스는 점차 삶 전반으로 번져나가, 수면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병원을 찾는 환자 수 역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주된 원인으로는 과도한 업무량, 직장 내 대인관계와 역할갈등,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꼽힌다. 문제는 현대의 스트레스가 과거와 달리 끝이 없는 '장기전'이라는 점이다. 현 사회의 성과만을 강조하는 무한 경쟁사회와 타인
【 청년일보 】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후보의 공약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등장했다. 바로 '철도'와 '역세권 개발'이다. 경북 김천(구미)역 일대는 복합환승센터·산업지구 조성을 골자로 한 역세권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경기 이천시는 부발역 일대를 주거·교통·산업 복합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철도를 이용한 공약을 내놨다. 철도 노선 하나가 지역 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현상은 특히 이번 선거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한 선거 전략만은 아니다. 철도 인프라가 실제로 지역의 모습을 바꿔 온 사례는 적지 않다. 광역철도 개통 이후 역 주변으로 상업시설과 주거단지가 집중되고,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올해에도 인천발 KTX, GTX-A 전 구간 연결 등 굵직한 철도 개통이 예정된 가운데, 지자체가 이를 지역 발전의 기회로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역세권 개발이 언제나 지역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 주변에 개발이 집중될수록 기존 시내 중심가의 상권과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개발의 혜택이 역 인근에 한정되고
【 청년일보 】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지도가 화장품 전문 매장을 넘어 약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에 집중됐던 소비 동선이 이제는 전문적인 상담과 기능성 의약품을 찾아 약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K-약국 쇼핑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연휴 기간 국내 약국에서의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156%나 폭증했다. 이는 3년 연속 세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단일 업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서울 명동, 홍대, 성수, 강남 등 주요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단순히 기념품을 사는 수준을 넘어, 특정 효능이 검증된 한국 제약사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목적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약국에 열광하는 주된 이유는 코스메슈티컬(약용 화장품)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SNS를 통해 한국 제약사가 만든 여드름 치료제(애크논 겔), 흉터 연고(노스카나 겔), 색소침착 치료제(멜라토닝 크림) 등이 한국 여행 시 반드시 사야 할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목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 청년일보 】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방학이나 휴학 기간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리프레시를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학가의 풍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치솟는 비용 부담 때문에 계획했던 해외 배낭여행이나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을 포기하고 국내나 자신의 방 안에 머무는 이른바 '방구석 방랑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대학가 주변을 보면 고환율 여파를 체감하는 청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년간 차곡차곡 모아온 저축으로 해외 일정을 계획했다가 예산 초과로 인해 전면 취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어렵게 합격한 교환학생 자격을 현지 체재비 부담 때문에 미루거나,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국가로의 여행조차 다음으로 단념하는 등 청년들의 대외 활동이 시작도 하기 전에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환율 상승은 청년들의 실질적인 지갑 사정에 즉각적인 부담을 준다. 소득이 없거나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는 대학생들에게 환율 1천500원 돌파는 항공료에 붙는 유류할증료부터 현지 숙박비, 식비, 교통비 등 모든 체재 비용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 환율이 안정적이었던 때와 비교하
【 청년일보 】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의 가장 약한 고리인 소아 응급의료가 마침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심야 시간대 갑작스러운 고열이나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던 아이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이제 일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구조적 모순을 방치할 경우, 근거리에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보건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의 한 대형 대학병원은 야간 및 주말 소아 응급실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와 전문의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24시간 교대 근무 조를 짜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조차 야간에는 소아 진료를 제한하거나, 특정 요일에만 응급실을 열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생후 11개월 된 영아가 경련 증세로 119 구급대에 구조됐으나, 인근 병원 7곳에서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끝에 2시간만에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 발생했다.
【 청년일보 】 이제 배달은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한 서비스가 되었다. 스마트폰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음식은 물론 생필품까지 집 앞에 도착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배달 플랫폼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우리가 쉽게 보지 못했던 노동의 현실이 존재한다. 현재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롭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불안정한 구조 속에서 높은 노동 강도를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는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고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악천후 속에서도 배달은 멈추지 않는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 날에도 거리에는 여전히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산업의 성장 속도에 비해 노동 안전망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단순 중개자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라이더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사실상 업무 강도와 수익 구조가 결정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배달할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