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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하는 사람 기본법, 플랫폼 위한 최소한의 '조건'

 

【 청년일보 】 정부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추진하며 플랫폼 업계가 긴장의 늪에 빠져 있다.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오는 5월 1일 노동절까지 입법 완료를 목표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위시로 한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해당 법률들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말 그대로 '일하는 사람'의 법적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을 넘어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노무를 제공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보수를 받는 모든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보편적 노동권 권리 보장 ▲사회보험 및 계약 권리 보장 등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 중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화두로 언급되는 요소는 '근로자 추정제'다.

 

근로자 추정제는 노동자의 노무 제공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는 노동자가 직접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제도 도입 시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쥐어지게 된다.

 

만약 입법이 현실화되고 라이더와 택배기사, 프리랜서 등 종사자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과 퇴직금,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가 적용될 수 있다.

 

정부가 이와 같은 법률의 입법을 예고하자 당장 수없이 많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고용하고 있는 각종 플랫폼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노동부의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라이더는 2023년 기준 약 8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극한의 기상 환경 속에도 도로를 달리는 배달 플랫폼의 '라이더', 새벽 배송을 책임지는 플랫폼 택배·물류 노동자 등은 사회 기반 유지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위해 고된 업무를 수행하며 시민들의 일상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가치에 비해 이들이 처한 노동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작년 9월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 중 62%는 연소득이 3천만원 미만이었고 이 중 70%는 해당 노동을 본업으로 삼고 있었다. 또한, 이들 중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주요 노후 보장 장치에 모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40%에 육박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플랫폼 노동자들의 국민연금 가입·납부율은 52.9%에 불과했고, 퇴직연금 가입률은 19.3%, 개인연금 가입률은 21.4% 등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특히 세 가지 연금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39.7%에 달했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약관'을 근거로 시간 대비 무리한 노동 결과를 요구하는 한국 플랫폼 산업의 혹독한 구조로 업무 중 사망하는 플랫폼 노동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작년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6월까지 배민에서는 총 814명의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상자가 발생했고, 쿠팡이츠에서도 419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각각 3, 4위를 차지한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플랫폼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은 고사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산재 사례마저 급증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이들 뒤에서 어떠한 법적 구속도 받지 않는 특수 계약, 즉 각사(社)의 '약관'을 근거로 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플랫폼 업체의 대표 주자인 배민은 최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라이더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를 도입하기 위해 저울질하고 있다.

 

로드러너는 ▲노동 시간 사전 지정제 ▲라이더 등급제 등으로 사실상 라이더의 근무 장소와 시간을 규정함으로써 정규직 수준의 '근로자성'을 부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신화'로 꼽히는 쿠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쿠팡은 2020년 10월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고강도 노동 실태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감시 수단으로 물류센터 내에 설치된 CCTV를 활용해 해당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초 단위로 지켜보고 기록하며 향후 대응 방안 수립을 위해 활용했다는 의혹도 국회로부터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쿠팡은 제주 지역에서 물량 압박에 시달려 새벽 배송 중 사망한 한 노동자의 산재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쿠팡이 이 사건과 관련해 '아이디 돌려쓰기'를 활용해 연속 8일, 주 80시간 이상의 야간 배송을 사망 노동자에게 강요했다는 정황 역시 드러난 상태다.

 

이처럼 과도한 실적 압박, 열악한 노동 환경 그리고 죽음으로 이르는 악순환으로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밀어 넣고 있는 플랫폼 업체들은 약관과 '고용의 유연성'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약관으로 인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량 해고와 산재를 고용 유연성이라는 시장만능주의의 산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 논리의 배경에는 방임적 자본주의에서 언제나 적정한 수요와 공급이 작동되는 시장(그것이 노동 시장일지라도)은 늘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와 같은 요소가 산업의 발전을 추동한다는 전제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의 저서 『불평등의 기원, The Price of Inequality』에 따르면, 이들 사고의 전제가 되는 '시장'은 결코 효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그에 따르면 시장은 "부를 집중시키고, 환경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고,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을 착취하는 부정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는 "시장 자본주의는 무엇보다도 모든 것이 용인되고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가치의 타락을 낳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플랫폼 산업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도 그 어떤 책임도 회피하려고 애쓰는 수많은 기업들의 표상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가 시장의 '긍정적 측면'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장이 지난 200여년 동안 생산성과 생활 수준의 급속한 향상을 주도해온 주역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단, 그는 자유방임적 시장이 근원적으로 부재하고 있는 '도덕성'을 겸비했을 때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또한, 그는 시장이 '규율과 규칙'을 따를 때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피력한다.

 

또한 그는 시장을 "길들이고 단련하여 대다수 국민들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시장을 이끌어야 할 정당한 주체로 국민과 국민이 선출한 정부, 정치 시스템을 제시한다.

 

태생적으로 도덕성이 부재한 시장에 법과 규율로써 이를 부여하고 내재화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될 때 자본주의와 시장 역시 유지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통찰이다.

 

이는 단순히 스티글리츠라는 석학 한 명만의 주장이 아니다.

 

시장 자본주의 원리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양심, 가슴속의 거주자, 곧 내면의 인간이 우리 행위의 위대한 심판자이자 중재자"라며 "시장 사회는 정의의 법이 일정하게 지켜지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고, 서로 해치지 않으려는 절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람 사이의 교류도 성립할 수 없다"고 제언한다.

 

따라서, 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플랫폼 업계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해 '환영해야 할' 존재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플랫폼 산업과 고용 환경을 저해하는 악법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하나의 법률적 길라잡이다.

 

또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양심'이 부재해 있는 한국 플랫폼 산업에 규율과 규칙을 내재화하려는 최소한의 시도다.

 

이 법을 시작으로 일각에서 '신화'로 일컬어지는 한국 플랫폼 산업이 단지 산업계에서만의 신화가 아닌, 노동자와 소비자, 더 나아가 대다수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진정한 신화이자 산업의 혁신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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