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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특별법, 국회 문턱 못 넘지 못하나

노동권과 산업경쟁력 충돌, 해법 찾기 어려워

 

【 청년일보 】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특별법이 발의 1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과 함께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에게 노사 서면 합의를 전제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같은 시기 발의된 전력망확충특별법과 해상풍력특별법이 2025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법안 처리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조항을 법안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조항을 제외한 채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여야 모두 반도체 산업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근로기준법의 핵심 원칙을 흔드는 이 조항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 세계는 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며 밤낮없이 치열하게 내달리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주 52시간 제한이란 낡은 규제로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2월 3일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특정 중요산업의 특정 연구개발 분야, 그중에서도 고소득 전문가, 그들이 동의할 경우에만 예외로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재계가 요구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과 노동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법조계와 노동법 전문가들은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헌법적 가치와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체특별법이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사항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2월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 제32조 제3항이 규정한 "노동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의 근무시간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25퍼센트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대만은 연구개발 투자비의 25퍼센트를 세액공제하는 등 경쟁국들이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미 케이칩스법으로 반도체 투자에 최대 25퍼센트의 막대한 법인세액을 감면해주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고전하고 있다"며 "국제 정세의 불안, 미국의 자국 내 설비투자 요구, 첨단 핵심기술 확보 미흡, 핵심 인재 양성 및 확보 미흡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14일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업무처리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노동자는 첫 3개월은 주당 64시간까지, 이후 3개월은 주당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 산업 지원 부분만 먼저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한다. 직접 보조금 지원,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은 여야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재량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유연근로제도가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의 핵심이라는 점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2024년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문제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노동권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적 교착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동자의 건강권과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해법 찾기는 요원해 보인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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