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내년도 국내 경영 환경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국회가 추진 중인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과 법인세 인상 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내년도 생존 전략 모색에 한창이다.
1천500원에 육박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 내년 3월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 미칠 영향으로 재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속수무책인 형국이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번 상법 개정을 통해서 자사주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자사주 마법'을 우리 자본시장에서 퇴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정책위의장은 "취득 후 일정 기한 내 소각 의무를 부여하되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요건 목적의 경우에는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 등 승인을 받아야만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도록 주주 권리를 강화한다"고 법안 내용을 소개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의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자사주 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요건 목적의 경우에는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 등 승인을 받아야만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 시행 전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도 동일한 의무가 부과되지만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을 둔다. 이를 위반할 시 이사 개인에게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재계에선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명문화한 1차 상법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담긴 2차 상법 개정안 등으로 대응이 벅찬 상황에서 이같은 상법이 개정될 경우 자칫 기업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간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온 만큼,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력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사주는 주가 부양,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개선, 임원에 대한 보상 등 굉장히 용도가 다양하다"면서 "이를 강제로 소각하게 한다면 자율적 경영 활동에 제약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자사주) 처분도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고, 계획에 반하여 보유하거나 처분할 경우 이사 개인이 5천만원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어 자기주식은 귀찮은 수단이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법인세를 전 구간 1%포인트 올리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재계 내에선 신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건 물론,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현행 법인세는 4개 과표구간에 따라 2억원 이하 9%,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19%, 200억원 초과∼3천억원 이하 21%, 3천억원 초과 24% 누진세율을 적용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사업소득부터 이들 4개 구간의 세율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천억원 이하 22% ▲3천억원 초과 25% 등으로 1%p씩 일괄 인상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000년 28.1%에서 2024년 21.1%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최고세율은 26.4%로 이미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상황에서 추가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최 명예교수는 "해외 주요국들은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을 적극 유치하려 애쓰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시대 역행적인 규제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진, 고환율 등 내년에도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기업들이 생존 전략을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상법 개정안 입법, 법인세 인상 등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굵직한 규제는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