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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전력망 '구원투수'...SMR에 대한 7가지 키워드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수천억 베팅...'트럭 위 원전'으로 2030년 상용화 목표
표준설계 마친 'K-원전'...2028년 인허가 획득해 글로벌 틈새 시장 '우회 공략'

 

【 청년일보 】 전 세계 산업계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에 직면했다. 특히 챗GPT 등 대화형 인공지능 등장 이후 속도가 붙은 생성형 AI 열풍은 천문학적인 전력을 집어삼키며 에너지 수급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기상 조건에 따라 변하는 발전량(간헐성) 탓에 24시간 멈추지 않는 서버의 부하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탄소중립과 안정적 전력 공급, 이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할 주요 대안 가운데 하나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급부상한 이유다.

 

정부 역시 AI 시대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MR을 핵심 대안으로 지목하고 총력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MR 선도국 도약을 목표로 독자 기술 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테마를 넘어 실질적인 전력망의 핵심 퍼즐로 자리 잡은 SMR의 실체를 7가지 핵심 포인트로 분석했다.

 

1. [소형화] 트럭에 실리는 원전...축구장 1/100 크기의 혁신

 

SMR(Small Modular Reator)이 '소형'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기존 대형 원전이 여의도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플랜트라면, SMR의 핵심인 원자로 모듈은 지름 4.5m, 높이 20m 안팎으로 대형 트럭이나 기차 운송이 가능한 크기다. 필요 부지 면적도 기존 원전의 100분의 1 수준이면 충분하다.

 

기존 원전이 증기발생기, 펌프, 가압기 등을 거미줄 같은 배관으로 연결한 복잡한 공장이라면, SMR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용기(Module) 안에 집어넣은 '일체형 가전제품'과 같다.

 

배관 파손으로 인한 냉각재 유출 위험을 원천 차단했고, 전력 공급 없이도 자연 대류 현상만으로 원자로를 식히는 피동형 안전 계통을 적용해 중대 사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i-SMR 기술개발사업단은 기존 원전보다 사고 발생 확률을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피동형 안전 계통을 통해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모듈화] 공장에서 찍어낸다...목표 발전단가 '65달러/MWh'

 

SMR의 경제성은 '모듈러 제작'에서 나온다. 현장에서 철근을 엮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기존 건설 방식(Stick-built)은 평균 5~7년의 긴 공사 기간과 막대한 금융 비용이 소요됐다.

 

반면 SMR은 공장에서 완제품을 찍어내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건설 기간을 24~36개월(2~3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구체적인 경제성 목표도 제시됐다. 김한곤 i-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i-SMR의 건설단가는 kWe(킬로와트)당 3천500달러, 발전단가는 MWh(메가와트시)당 65달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가스 복합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와 충분히 경쟁 가능한 수치다.

 

3. [분산전원] 바닷가 떠나 내륙으로...송전 손실 없는 '똑똑한 전기'

 

대형 원전은 막대한 냉각수 확보를 위해 바닷가 건설이 필수였고,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로 보내기 위해 장거리 송전망을 깔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배전 손실과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SMR은 내륙 어디든 건설이 가능하다.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 인근에 지을 수 있어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떨어질 때 즉각적으로 출력을 높여 전력을 공급하는 '부하 추종 운전'이 용이해, 전력망의 주파수 안정성을 유지하고 블랙아웃 리스크를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

 

 

4. [무탄소] "전기 먹는 하마를 살려라"...빅테크의 러브콜

 

SMR 시장을 견인하는 가장 큰손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이다. 24시간 안정적이면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CFE)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AWS)은 지난 2024년 10월 Energy Northwest와 워싱턴주에서 최대 4기 SMR 개발을 위한 다년 지원 계약을, 구글은 Kairos Power와 500MW 규모 플릿 개발 및 장기 PPA를 체결했다.

 

마이클 테렐 구글 에너지 및 기후 총괄 이사는 계약 체결 당시 "전력망에는 태양광·풍력을 보완할 깨끗하고 안정적인 24시간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365일 24시간 무탄소 에너지(CFE)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SMR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5. [다목적] 전기 생산은 기본, 수소·난방까지 멀티 플레이어

 

SMR의 가치는 전력 생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을 이용해 청정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핑크 수소'의 핵심 설비다.

 

또한 지역 난방, 산업용 공정열 공급, 해수 담수화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계의 탈탄소 전환을 이끌 멀티 플레이어로 평가받는다.

 

6. [투트랙] 'Team Korea'의 반격...대형원전과 SMR '투트랙' 공략

 

글로벌 경쟁 속에 한국의 전략도 정교해졌다. 주력인 대형원전 수출을 지속하되,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나 신규 틈새시장은 SMR로 뚫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식재산권 분쟁 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유럽 대형원전 시장 대신, 기술 수요가 높은 SMR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소모전을 벌이기보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이제 막 열리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우회 공략' 전술로 풀이된다.

 

기술 개발도 순항 중이다. 김한곤 단장은 "i-SMR 기술개발 사업은 1단계인 표준 설계까지 마무리됐다"며 "해외에서도 사업 1단계 마무리 이후 관심 갖는 국가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업단은 2028년까지 경쟁력 있는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하고, 이후 별도의 사업법인을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추진 중인 '팰리세이즈(Palisades) SMR-300' 건설 사업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착공할 예정이다. 이는 K-건설이 원전 종주국인 미국 본토에 진출하는 첫 사례로 꼽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독보적인 원전 시공 경험과 미국 홀텍사와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하고, 차세대 에너지 기업으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7. [인허가] 장밋빛 전망 속 과제...규제 허들과 폐기물 딜레마

 

기술이 완성되어도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규제 체계의 정비다. 기존 대형 원전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면 SMR의 경제성이 훼손될 수 있어, SMR 특성에 맞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인허가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여전하다. SMR 역시 핵연료를 사용하므로 폐기물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영구 처분장 마련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SMR 역시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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