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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해외투자 막히고, 국장 밀기 심화...증권가, 일방통행식 정책 "끌탕"

청와대, 증권사·자산운용사 CEO들과 투자자 ‘국장 복귀’ 논의
증권사들 해외투자 영업에 제동…국장투자 활성화 이벤트로 대체
한국거래소, 24시간 거래체계 구축 발표…”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일부 투자자 “해외투자 마케팅 규제, 개인의 선택권 제한”
금감원에 청원도…”정부의 마케팅 개입은 반시장적 규제”
증권업계 일각 “24시간 거래체계, 증권사들과 논의 없이 진행”

 

【 청년일보 】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주요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대표들을 소집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복귀를 논의한 한편, 한국거래소에서도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해외 투자 마케팅을 일제히 중단하고 국장 투자 우대 이벤트를 출시하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 및 투자자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대해 다소 일방향 적이란 의견이 나온다. 국내 증시를 견인한다는 목표를 우선시한 나머지 정작 이해관계자들의 의사는 뒷전으로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13일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국장 복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미래에셋증권 및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를 비롯해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함께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및 투자자의 유턴 대책을 논의했다.

 

코스피 5,00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최근 해외 투자 마케팅 자제를 권고하는 한편 한국거래소에서 거래 시간을 연장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먼저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증권사들의 해외 영업을 제지하고 나섰다. 해외 주식 및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투자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보호를 비롯해 리스크관리의 적정성 등을 확인한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이 손실계좌이며,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최근 몇 년 간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한편 올 들어 11월까지 주요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총 1조9천억원 가량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올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 등을 중단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해외투자 이벤트 등을 중단했다. 메리츠증권은 올 연말을 기한으로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던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이달 종료했다.

 

키움 증권 또한 자사 텔레그램 채널인 ‘미국주식 톡톡’ 운영을 중단했다. 이는 미국 주식 정보를 주제로 한 채널로, 지난 7년간 국내 최대 규모로 운영돼 왔다.

 

이 외 미래에셋증권 및 삼성증권, 토스증권도 현금성 마케팅, 수수료 환급 서비스, 해외 투자 프로모션 등 해외투자 관련 이벤트를 중지한 상태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 대해선 맥락상 환율을 잡으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에 근접하면서 금감원은 주요 증권사 및 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외투자 관련 현장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국장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해외증시 투자자들에겐 '국내시장 복귀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신설해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증권사들도 국내 투자에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국내 주식 온라인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iM증권도 국내주식 온라인 수수료를 우대한다고 밝혔다.

 

이 외 대신증권 및 삼성.신한투자증권도 국내주식 거래 활성화 이벤트를 진행한다.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이 인하된 반면 외화 예탁금 이용료율은 인상된 것도 눈에 띈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했다. NH투자증권은 100만원 이하 예탁금에 적용하던 이용료율을 연 1%에서 0.8%로, 1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0.6%에서 0.4%로 내렸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은 100만원 이하 구간은 유지했지만 100만원 초과분 이용료율을 연 1.05%에서 0.9%로, 연 0.75%에서 0.6%로 각각 낮췄다.

 

한편 메리츠 및 미래에셋.키움증권 등은 최근 평균 잔액이 100~1000달러인 예탁금에 대해 최고 연 2% 수준의 이용료율을 제공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의 원화 예치금 금리 인하는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예치금 금리를 낮춰서 투자로 돌리게끔 유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 내년 12월을 목표로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규모(보관금액)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50조원 규모로, 국내 시장의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시간 연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유치경쟁에 대응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과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업계 일각에선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다소 일방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앞세운 나머지 증권업계 및 투자자 여론 등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평가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해외투자 마케팅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한 투자자는 “정부에서 해외투자 마케팅을 규제한 것은 한편으로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해외주식은 그동안 안전하고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투자해 왔으며 국장 역시 그만한 메리트가 있었다면 자연스레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는 해외투자 개입 및 규제 중단 요청에 관한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동의 기간은 이달 말까지로, 현재 7천600명 이상이 동의 의사를 표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청원은 환율 상승의 책임을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멈춰달라며 투자자 보호를 앞세운 투자자 이익 침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원인은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을 소집해 해외 주식 수수료 무료, 환전 수수료 우대, 현금 리워드 등 마케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수수료 및 환전 혜택은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이며, 이를 강제로 없애는 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늘려 실질 수익률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낮추고 혜택을 제공하는 건 고객 유치를 위한 정당한 경쟁이며 정부가 개입해 이같은 혜택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결국 증권사들이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해주는 반시장적 규제”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금이 해외로 나가는 게 우려된다면 규제를 통해 억지로 막을 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이 스스로 돌아오게 만드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주식 거래 시간이 연장된 것에 대해서도 증권사 일각으로부턴 증권업계와 충분한 상의 단계 없이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 시간을 연장하기로 한 건 업계와 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해진 조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데 수반되는 비용을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사전 논의가 이뤄져야 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거래 시간 연장에 대해선 증권업계와 논의를 했으며, 계속 논의가 진행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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