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SK온의 미처리결손금이 출범 4년 만에 7조원을 넘어섰다. 공격적 설비 투자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맞물리며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악화된 재무 구조에 상장(IPO)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온은 수익성 중심의 계열사 합병과 사업 다각화 등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조원 불어난 미처리결손금…공격적 투자가 ‘부메랑’ 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온의 미처리결손금은 7조2천37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 설립될 당시 미처리결손금이 2천44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7조원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SK온 미처리결손금의 일차적 원인은 시장 선점을 위한 ‘속도전’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이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합류한 SK온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매년 조단위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실제 이 회사의 유형자산 취득 금액은 2021년 7천718억원에서 2022년 4조8천887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이어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9조 7천887억원과 9조3천726억원의 대규모 비용이 투입됐다. 지난해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3조5천840억원을 사용했다.
투자 과정에서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1년 237억 원 수준이었던 이자 비용은 2024년 8천634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이자비용도 6천767억원에 달했다. 매년 수천억원의 비용이 이자로 빠져나가며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대외 환경 급변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실질적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글로벌 전기차 캐즘 본격화와 미국 정책 변동성 등 대외 악재로 배터리 산업의 불황이 시작된 탓이다. 결과적으로 시장 선점을 목표로 단행한 대규모 투자가 도리어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포드(Ford)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구조 재편 과정에서 약 4조2천억원의 회계상 손상차손이 반영되며 당기순손실 폭을 키웠다. 그결과 지난해 미처리결손금 규모는 전년(4조779억원) 대비 77.5%(3조1천594억원) 급증했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결손금 증가는 합작법인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회계상 자산손상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합작법인 절차가 종결되면 올해 재무구조는 지난해 연말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K온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우선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계열사와의 합병을 단행했다. 2024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에 이어 2025년에는 윤활유 전문 기업인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며 이익 기반을 넓혔다. 배터리 사업의 손실을 석유 트레이딩과 윤활유 사업의 수익으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전기차 배터리 중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초 국내 ‘제2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50.3%)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미국 ESS 프로젝트 수주에 이어 올해도 북미 ESS 시장 확대를 중요한 전략적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손금이 난다는 것은 경비가 수입보다 많은 것이기 때문에 그 상황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며 "기업의 재무제표에서는 자기자본을 줄이고, 자금조달·배당·신용평가 등 외부 평가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값 받기 전엔 상장 없다… IPO 속도 조절 ‘승부수’
재무 건전성 악화와 업황 부진이라는 ‘이중고’는 당초 예고됐던 기업공개(IPO) 일정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이 요구하는 안정적인 수익성 입증과 우량 재무구조 증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SK온은 재무적 투자자들을 유치하며 '2026년까지 상장 완료’를 조건으로 걸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FI들이 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압박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FI들의 지분을 조기 상환해 SK온을 다시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는 상장 기한에 쫓겨 저평가된 상태로 IPO를 강행하기보다는, 투자자들의 회수 요구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경영 자율성을 확보해 적절한 상장 시점을 다시 노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열린 ‘2025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를 통해 SK온의 IPO 추진 계획 변화를 공식화했다. 당시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현재는 SK온의 수익성 극대화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SK온 관계자는 “당초 약속했던 2026년 내 IPO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의무 기한에 얽매이기보다 전략적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조기 상환을 결정했다”며 “상장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과 실적 회복세를 면밀히 지켜보며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부적으로 거론되는 시점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