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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이건희 컬렉션'···한국 고미술부터 서양 현대미술 망라

국립현대미술관, 1488점 세부 공개···이중섭의 '흰 소' 등 포함
피카소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도, 오는 7월 덕수궁관서 '첫선'

 

【 청년일보 】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들은 2만3000여 점의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국가 지정 문화재 및 예술적·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기증 미술품은 한국 고미술부터 서양 현대미술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한 다양성이 특징인데, 이는 오랜 시간 열정과 전문성을 가미한 컬렉션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는 이중섭의 '흰 소'(1953~54), 청전 이상범의 '무릉도원도'(1922) 등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존하는 이중섭의 흰 소는 약 5점뿐이다. 소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흰색은 조선인의 색으로 인식돼 더욱 상징성이 크다. 기증 작품은 1972년 개인전과 1975년 출판물에 등장했으나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상범이 25세에 그린 청록 산수화 무릉도원도는 안중식의 '도원문진도'의 전통을 잇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존재만 알려진 작품이었으나 이번 기증으로 약 10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역시 1980년대 이후 실제로 보기 어려웠지만 다시 감상할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7일 이 작품들을 포함한 이건희 회장 유족들의 기증 미술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기증품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 등 총 1488점(1226건)이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다양한 장르 의 작품이 포함됐다.

 

제작 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 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작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930년 이전 출생해 근대작가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이 약 860점으로 58%를 차지한다.

 

작가별로는 유영국이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다. 이중섭 작품은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이다. 그 뒤를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등이 잇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증이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1950년대 이전에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다. 

 

기증품에는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의 한국화 대표작이 대거 포함됐다. 이상범의 무릉도원도 외에 노수현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계산정취'(1957), 김은호의 초기 채색화 정수를 보여주는 '간성(看星)'(1927), 김기창의 대작 '군마도'(1955) 등이 있다.

 

소장품 구입 예산이 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구하기 어려웠던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골고루 있다.

 

근대미술 희귀작이 여러 점 기증된 점도 의의가 있다. 나혜석 작품 진위 평가의 기준이 되는 '화녕전작약'(1930년대),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여성화가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1937), 총 4점만 전해지는 김종태의 유화 중 1점인 '사내아이'(1929) 등이다.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 소장하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7월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에서 일부 작품이 첫선을 보인다. 본격적인 공개는 8월부터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 명품'(가제) 전에서 이뤄진다.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12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 거장'(가제) 전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내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에서는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올해 11월 박수근 회고전과 내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도 기증 작품이 소개된다. 과천관, 청주관에서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지역 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도 연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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