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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출마 선언] 反이재명 단일화 연대와 '문심'의 비토 정서 극복이 과제

결선 투표서 과반 확보 못하면 일대일 뒤집기 구도 가능성···도덕성 검증도 난관
'팬덤정치' 기반으로 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굳건···친문의 반감이 '아킬레스건'

 

【 청년일보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주는 정치로 대동세상(大同世上)을 향해 가겠다는 것이다.

 

대동(大同)에서 동(同)은 천막을 치고, 그 아래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그린 한자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사회주의 지향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시계공장에서 일한 10대 소년공이 꿈꾸었던 세상이 바로 이것이었을지 모른다. 

 

이재명 지사에게 성남은 인연이 깊다. 1964년생인 이재명 지사는 1979년부터 2년간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일했다. 정치 입문 역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의 공천으로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앞서 그는 1990년 성남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16년 동안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 첫 도전은 실패했다. 2008년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성남 분당갑으로 출마했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그가 성남시장 당선의 숙원을 푼 것은 2010년 6·2 지방선거다. 51%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 226명의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지만 처음부터 뉴스를 타는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전임 이대엽 시장이 남긴 판교 신도시 사업비 5200억원에 대해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과잉대응 논란이 있었지만 3년 만에 4572억원의 성남시 부채를 갚았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재선 시장이 된 이후에는 중앙정부를 흔드는 정책을 본격화했다. 청년들에게 지역 화폐로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비롯해 무상 산후조리 지원, 무상교복 지원 등 3대 복지사업은 이재명표 복지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유사 중복사업 정비란 명목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자 이재명 지사는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광화문 단식투쟁으로 중앙정부에 맞섰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8년과 경기도지사 2년 등 10년의 정치 활동을 지역에서만 해온 지역 정치인이다. 그래서 가장 독특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정치권 바깥에서 갑자기 떠올랐던 인물은 있었지만 국회 등 중앙무대 경험이 전혀 없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의 정치 활동에서 가장 큰 위기는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고, 선거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친형을 불법적으로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것이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료가 된다.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아 도지사 직(職)의 상실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기사회생 했다. 선거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일방적·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 아닌 이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대유행은 전화위복이 됐다. 이재명 지사가 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지지율에 본격적인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이낙연 전 대표가 치명상을 입으면서 이재명 지사는 이렇다 할 경쟁 상대 없이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는 컷오프와 결선 투표를 특징으로 한다. 이달 9~11일 국민 여론조사 50%와 당원 여론조사 50%를 통한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후보자 6명을 가린 후 9월 5일 본경선을 치른다. 그리고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같은 달 10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경선 구도는 이재명 지사의 30%대 지지율 독주 속에 이낙연 전 대표가 두 자릿수대의 지지율로 뒤를 쫓는 '1강 1중' 구도가 굳어진 모양새다. 여기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장관, 박용진 의원이 치열한 3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이재명 지사가 본경선에서 50% 이상의 지지율을 받지 못할 경우 결선 투표에서 반(反)이재명을 연결고리로 한 단일화 세력에 되치기 당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는 2위 싸움이 주목을 받고 있다. 2위를 차지하는 후보를 중심으로 나머지 4명의 후보들이 반이재명 단일화 연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정치 공학적이고 복잡한 방정식이 전개된다.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이달 5일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킨 후 군소 후보와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반이재명 연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인위적인 연대에 동참하기보다는 향후 자신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반이재명 전선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의 도덕성 검증이 재차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형수 욕설 논란이나 여배우 스캔들 의혹, 포퓰리스트 등 인기영합주의 논란이 이재명 지사를 따라다니는 리스크다. 당장 여권의 대선주자들은 이 같은 리스크를 지렛대 삼아 이재명 지사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형수 욕설 녹취 파일을 내세워 총공세를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의 대권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친문(親文)의 반감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선 경선 레이스에 친문 직계가 '선수'로 나서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뚜렷한 구심점 없이 친문의 분화도 일어날 조짐이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으로 상징되는 문심(文心)은 여전히 이재명 지사에겐 '아킬레스건'이다. 

 

이재명 대세론의 현실화는 여권 권력의 대변동을 의미한다. 권력의 중심축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이재명 지사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어느 대통령과 비교해도 잘 유지되고 있다. 이례적이다. 이는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는 친문의 강고한 팬덤정치 덕분이다.

 

친문에게는 이재명 지사에 대한 뿌리 깊은 비토 정서가 있다. 지난 201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치고,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친문과 치열한 갈등을 벌인 것이 '불신'과 '포비아'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한때 친문 일각에서 '제3후보론'이 나왔던 것도 앙금처럼 남아있는 이러한 정서와 무관치 않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의 '킹 메이커' 노릇을 하고 싶어했다.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친문의 의중과 문재인 대통령의 낙점, 다시 말해 문심이 어디로 향할 것이냐 여부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지사의 대세론이 성공하려면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의 '용인'이 선결 과제다. 하지만 친문의 우려를 불식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본선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 공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딜레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민심 이반의 현주소가 확인된 만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도 필요하지만 이는 모험이 될 수 있다. 이래 저래 '첩첩산중'인 셈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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