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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에 의료진 분위기 변화 조짐···찬반 무게 추 기우나?

힘찬병원, 4개 지점 모든 수술실에 CCTV 설치···환자와 보호자 80% 만족
의료진 역시 "환자 및 보호자 반응 좋아 신뢰 회복할 수 있는 계기" 답변

 

【 청년일보 】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 의견이 다소 우호적으로 변해 찬반을 둘러싼 무게 추(錘) 역시 한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란은 지난 2016년 대리수술로 인한 권대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당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20대 청년 권대희는 수술 도중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후 사망했다.

 

당시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수술실의 실태는 끔찍했다. 당시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는 동시에 3개의 수술실을 열어두고 그곳을 오가며 수술하는 '공장식 수술'을 했다. 그가 비운 자리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의사'가 대리 수술을 진행했다. 또한 간호조무사는 지혈하면서눈화장을 하고 수시로 휴대폰을 사용했으며, 심지어는 수술 중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장면도 나왔다.

 

현행법상 의료사고 소송에서는 환자 본인 혹은 보호자가 병원의 책임 소재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록을 찾아야 하는데, 결정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CCTV의 영상이다. 의무 기록지는 조작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술실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설치돼 있더라도 영상 삭제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병원이 영상 삭제로 대응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사실상 입증이 어려운 셈인데, CCTV가 없었더라면 권대희 사망 사건도 영원히 묻혔을 공산이 크다.

  

지난 6월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2%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다. 같은 시기 국민권익위원회에서 1만3959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결과에서는 찬성률이 97.9%까지 올라갔다. 

 

물론 의사들은 대부분 반대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7월 9일부터 16일까지 회원 23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0.0%가 반대했다. 

 

일반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의사의 심리적 위축을 거론한다. 이로 인해 실수가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의료의 질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외과수술이나 긴급수술에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CCTV 설치로 감시를 받으면 그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6월 수술실 CCTV 설치의 대안으로 수술실 블랙박스 설치를 제안했다. 수술실 블랙박스는 캐나다의 성미카엘 병원에서 도입한 것으로 의료진의 대화, 수술장비의 움직임, 환자 상태를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이름, 수술 날짜, 수술실 번호 등은 알 수 없다. 특히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 장면을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는 상태지만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힘찬병원은 12일 지난 6월 12일부터 7월 31일까지 부평·목동·강북힘찬병원 의료진 147명, 환자 및 보호자 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의료진의 분위기에 변화의 조짐이 보여 주목받고 있다.

 

복수응답을 포함해 환자와 보호자의 80%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역시 환자 및 보호자와의 신뢰 회복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힘찬병원은 올해 6월 부평 지점과 목동 지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했고, 지난달에는 강북 지점과 창원 지점으로 확대해 4개 지점의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설문조사 결과 환자와 보호자는 수술실 CCTV 설치 및 녹화에 80.2%(매우 만족 26.7%·만족 53.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녹화에 동의한 이유에 대해서는 '녹화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믿음이 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최근 잇따른 대리수술 의혹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37.6%), '혹시 모를 의료분쟁에 대비하기 위해'(7.9%)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의료진의 경우 '환자와 보호자의 반응이 좋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39.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처음에는 의식이 되고 위축됐지만 차츰 괜찮아졌다'(36.1%) 순이었다. 'CCTV 때문에 위축돼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응답은 17%였다.

 

전반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및 녹화에 대한 의료진의 의견이 다소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결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의료진은 수술실 CCTV 설치 및 녹화 전에는 찬성 49.7%, 반대 48.3%, 무응답 2%로 찬반 의견이 팽팽했었다.

 

강북힘찬병원의 이광원 병원장은 "수술실 CCTV 설치 및 녹화 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의료진이 수술 현장에서 위축되는 부분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간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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