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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 IPO·ECM강화 골든타임...함영주, 김승유 '승어사' 관건

투신사 출발, 역대 증권 수장들도 하나 특유의 'IB 벽'에 부딪혀

【 청년일보 】  하나증권이 이제 기업금융(IB)를 본격 강화할 수 있을까? 미국발 긴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얼어붙는 가운데, 우리 증권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편 하나증권이 올해 초 자기자본 6조원 시대를 열었던 만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노리며 수익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주 차원의 기대감이 높다. 따라서 상황 전개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제는 하나증권의 워낙 약한 IPO, 그리고 각종 주식자본시장 업무(ECM) 경쟁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IPO 시장에서 대체로 10위권을 오가면서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IPO 강화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나증권은 옛 하나대투증권 시절인 2014년 IPO 점유율 0.89%로 15위권을 기록, 기업금융(IB)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금융투자(14위, 2014년 IPO 점유율 0.97%)와 함께 후순위를 기록했다. 2015년 구 하나금융투자가 IPO 1716억원대 실적을 올릴 때(8위권), 그해 IPO를 가장 많이 처리한 NH투자증권은 1조3287억원대 실적을 냈다. 2016년 한국투자증권 IPO와 NH투자증권 IPO가 1조3000억원대, 약 9300억원을 기록할 때 하나는 3872억원(그해 IPO 시장 약 2.65% 차지)을 올렸다. 그해 IPO 7위였던 신한금융투자의 약 6%에 비해서도 초라했다. 

 

2017년 하나는 IPO 액수 775억원대로, 주관 13위를 올린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0.97% 점유율). 같은 주요 금융그룹 산하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는 3760억원대 IPO 실적을 올려 7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같은 해 IPO 주관 1위 미래에셋대우 1조7419억원대였다.

 

이후에도 하나의 IPO 주선액 등수는 2018년(10위, 976억원대 주선)과 2019년(IPO 6위, 2176억원대), 2020년(10위, 1923억원), 2021년(3424억원으로 11위) 등 대체로 비슷한 선을 기록한다. 

 

특히 2018년에는 IPO 규모가 1/3가량으로 줄었다는 불만이 나왔는데 큰 부침이 없거나 경기를 타지 않는 구도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문제는 IPO만은 아니다. 유상증자 등 기업공개 업무를 제외한 각종 주식 관련 업무인 ECM 전반에서 비중이 약하다. 2015년 하나는 ECM 주선 순위에서 10위(그해 1위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는 8위, 대신은 14위)였고 2016년 9위(신한금융투자 3위, 대신증권 7위), 2017년 ECM 거래금융 규모 11위(3천531억원대 실적으로, 5위 신한금융투자 9천869억선과만 비교해도 6천억원대 격차가 난다) 등 일정한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1위 한국투자증권, 2위 미래에셋대우, 3위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당시 하나금융투자는 10위의 ECM 실적을 냈고 2019년과 2020년 8위에 이어 작년엔 ECM 15위권 점유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신한금융투자 등에 비해서도 ECM이 약하다는 것은 유상증자 등 많은 증권 업무 확장이 어렵다는 뜻이다.

 

'옛 뿌리는 투신사'이라는 하나증권의 토대를 생각하더라도, 과하게 IB 영역이 약하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역사적 특성과 함께, "그룹이 강력하게 드라아비를 걸었던 매트릭스 체제에 증권사가 순응해 온 것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징후는 2008년부터 2012년 간 하나증권을 이끌었던 김지완 전 사장의 경영 패턴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김지완 전 사장의 행보를 두고 2008년경 당시 언론은 "하나대투증권은 김지완 사장 취임 이후 브로커리지 영업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 출혈경쟁 우려에도 불구, 온라인 최저수수료 도입을 추진중이다"고 주목할 정도였다.

 

김지완 전 사장 스스로도 "(당시) 하나대투증권이 채권형과 주식형펀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반면 주식부문(브로커리지)은 약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식부문의 강화에 힘쓰겠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할 정도로 비IB 영역에만 샅샅이 집중하는 태도였다. 

 

이는 구 하나대투증권이 구 하나IB증권 별도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둘이 합병하고 통합법인으로서 공식 출범했으므로, 증권을 이끄는 이들이 IB 강화에 나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반대로 풀려 나갔다. 통합증권사(법인)는 하나금융그룹이 금융권 최초로 막 도입했던 사업군별 매트릭스 BU(Business Unit) 체제 속에서, 기존 하나대투증권의 자산관리BU와 하나IB증권의 기업금융BU로 이원화해 서로 지휘를 따로 받는 '독립적인 운영'에 노출됐다. 

 

김지완 당시 대표이사 사장이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며 자산관리 부문을 책임지고, 기업금융 부문은 양용승 당시 대표이사 부사장 체제로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장승철 전 사장 부임 이후에도 반복됐다. 부산은행 부행장을 지냈고 현대증권에서 가장 손꼽히던 IB 전문가였던 그였지만, IB 부문 신임 사장이라는 역할에 한정돼 전체적인 덩치와 체력을 IB 강화에 다 활용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임창섭 증권 대표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자기 몫만 하기엔 힘들었던 것이다.

 

임창섭 전 대표는 하나금융 내 성골인 한국투자금융 출신, 구 하나증권 사장을 지내고 고문을 하다 다시 사령탑에 오른 인물로 지주 의중을 대표했기 때문

 

이후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신한금융투자에서 24년간 재직한 '법인영업 전문가' 이진국 전 사장이 조직을 이끌었지만 때가 좋지 않았다. 2018년에는 특히 IPO 시장 크기가 약 1/3로 쪼그라드는 등 난국이어서 하나로서는 상황의 현상 유지만으로도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었던 때다. 이진국 전 사장은 선임매매 의혹에 휘말리는 등 업무 내외적으로 회사 업력 강화나 이미지 쇄신에 기대치만큼 큰 족적은 남기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금융에서 시작, 거대 금융그룹인 하나금융의 현재 기틀을 닦은 김승유 전 회장은 지주 부회장단이 기업금융BU·개인금융BU·자산관리BU를 담당하는 매트릭스에 크게 공을 들였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센터장은 과거 "매트릭스 조직 체계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장점으로 꼽히는데 부문 수장에게 인사권이 있으면 추진력도 더해진다"고 분석했었고, 이런 매트릭스는 훗날 '애자일 조직(신한금융그룹)' 등 여러 형식으로 변주되며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갖고 있다.

 

 

다만 회장이나 임원, 회장 측근 등의 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집중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매트릭스의 부작용이라고 해석된다. 기존 지주사-계열사 체제에선 개별 법인의 대표나 이사회의 권한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매트릭스가 가동되는 경우엔 지주 영향력과 구상이 미치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

 

함영주 현 하나금융 회장은 매트릭스 체제 장단점을 모두 겪은 인물로 꼽히고 그가 증권사에 대폭 유상증가를 해 주는 등 힘실어주기를 하는 점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그룹 수뇌부로 매트릭스의 장점과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린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동시에 그는 부회장 시절, 3개 자리가 설치되던 부회장직이 1개 자리로 줄어드는 개편 경험을 하기도 했다. 상부의 배려로 매트릭스 제도가 사실상 폐지돼 부회장이던 자신에게 힘이 실리고, 판단 책임도 오롯이 지는 비교 체험 경험을 해 봤기 때문이다.

 

함영주 스타일의 하나증권 적극 지원이 이전 그룹 수뇌부들과 다를지가 실질적인 증권 특히 IB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하나증권은 지주사로부터 5천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받는 자기자본을 키웠다.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이면 초대형 IB 인가를 얻어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기업대출, 채권, 부동산금융 등 IB부문 강화에 실탄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되는 셈이다.

 

큰 힘을 실어주면서 IB(IPO, ECM 등) 강화를 재량껏 해볼 첫 기회가 열릴지, 과거처럼 지주의 입김이 강하던 패턴의 반복일지 하나증권은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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