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대규모 자금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저축은행권의 유동성 관리에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다.
채권발행 대신 정기예금 등 수신을 통해서만 자금확보가 가능한 저축은행들은 통상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정기예금 금리인상 등의 방법으로 고객들의 자금을 유치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들은 적극적인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유동성 관리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에 해가 되는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저축은행권 등에 따르면 국내 자본금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한국투자·페퍼)의 지난해 3분기 유동성 비율은 전년대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비율은 단기조달자금에 대한 단기자금운용을 표시(상호저축은행의 지급능력)하는 지표로 그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이 좋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감독규정에 따라 저축은행은 3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비율이 너무 높으면 자산운용 수익율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유동성 비율은 105.91%로 전년대비(138.52%) 30%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이어 OK저축은행은 133.99%에서 115.39%로, 페퍼저축은행은 149.71%에서 133.39%로 떨어졌다.
반면, 웰컴저축은행은 117.07%에서 120.14%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92.61%에서 144.83%로 유동성 비율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같은 유동성 비율 하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생하고 있는 저축은행권의 대규모 수신이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시중은행보다 정기예금 금리를 1~2%포인트 가량 높게 책정해 수신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권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 격차는 0.2~0.3%포인트(p) 수준에 불과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기준 79개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80%인 반면,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3.50~3.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저축은행의 자금이탈이 더욱 심화되면서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비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저축은행권의 수신잔액은 110조7천859억원으로, 한 달 새 무려 4조4천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 등 여신도 큰 폭으로 줄이면서 유동성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수신을 늘려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현재 저축은행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 수익성 관리 등을 위해 여신을 줄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저축은행권의 여신잔액은 지난해 11월 106조2천555억원으로 전월 107조381억원에 비해 무려 7천826억원이 감소했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는 일시적인 유동성 관리일 뿐 장기적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속적으로 예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향후 저축은행 유동성 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시중은행과 다르게 저축은행은 예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하는데 고객 이탈이 늘어날수록 유동성은 물론 대출영업 여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