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며 1천일째를 맞은 전쟁이 악화일로에 접어들게 됐다.
러시아는 이에 맞서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해 우크라이나도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측은 방공망이 6발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도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습이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실제 성과와 무관하게,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처음으로 타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즉각 강경 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러시아는 새로운 핵 독트린을 발표하며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국가가 러시아를 침공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 본토 타격에 따른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꺼려왔다. 그러나 북한 병력의 러시아 배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새로운 변수들이 미국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가 북한에 '북한군이 취약하며,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첫 타격 대상으로 쿠르스크가 아닌 브랸스크를 선택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러시아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제한적 공습'으로 해석하고 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교 바실리 카신 교수는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방어 태세와 대응 수위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라고 추정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장거리 무기 지원을 서방의 직접 개입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번 에이태큼스의 본격적인 사용은 러시아와 서방 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미국도 이번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 요청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의 재집권이 현실화한 데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한 만큼 미국은 이에 대해 대응해야 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1월까지 전쟁은 더욱 가열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압박하는 휴전 협상에 대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유리한 '고지 점령'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