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사옥.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1250/art_17337354966767_184f39.jpg)
【 청년일보 】 최근 현대차증권이 2천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주식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속에서 주주들은 회사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증권의 행보가 단순한 자본 확충을 넘어 전략적 움직임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전환을 목표로 한 준비나, 경쟁사 인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7일 시설자금 등 약 2천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6천640원으로, 총 3천12만482주의 보통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현대차증권의 결정에 주주들은 '회사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주주는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 비난 글을 올리고, 국민신문고와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부당한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민원을 접수하는 등 집단적인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가운데, 현대차증권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 가치 증대보다는 오히려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형태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은 자본금 1천938억원에 순자산(자본총계)은 6.5배인 1조2천699억원에 달한다. 배당하지 않고 쌓아둔 이익잉여금도 5천934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자금 여력이 충분한 회사가 배당 확대는 커녕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현대차증권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채택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유상증자의 한 방식으로 기존 주주 외에 특정 제3자에게 증자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중소형 증권사인 교보증권은 지난 2020년 두 차례와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결정해 자본금을 키웠는데 세 차례 모두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상대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증권 측은 "제3자 배정방식은 발행 주식수가 한정돼 있다"며 "현재 약 1천억원 내외로 발행이 가능한데, 한도를 늘리려면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개정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해 현대차증권은 확보된 자금을 차세대 원장 시스템 개발, 부채 상환, 디지털 전환, 그리고 신사업 추진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통해 기업금융과 리테일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단순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종투사 전환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투사는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기업금융과 인수합병(M&A)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증권사로, 이를 위해서는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현대차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조직 개편에서 '신사업추진단'을 신설하며 혁신적인 사업모델 발굴에 나선 것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주주 친화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주요주주인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결정에 의구심을 가지는 시각이 많다"며 "업계에서는 종투사를 목표로 한 행보로 보고 있으며, 경쟁사 인수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 측은 종투사 전환을 염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종투사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하지만, 현재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4천억 원대로 아직 그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