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대외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한은)이 23일 발표한 '수출·경상수지 평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9월 통관 기준 수출액은 65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 경상수지 흑자도 91억5천만달러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대미(對美) 수출 중심으로 관세 부정적 영향이 확대됐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AI 관련 수요가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며 "수출지역 다변화와 신성장 수출산업의 약진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단기 반등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각국의 정책적 지원,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 추세 등이 맞물리며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구현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시장 주력 제품으로 부상하면서, 기술력 우위를 지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수출 다변화 전략이 관세 충격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0.2% 감소했으나, EU(34%↑)와 CIS(52.3%↑) 지역으로의 수출이 급증했다.

한은은 "선박, 방위산업, 식품 등 다양한 품목에서 고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AI 중심의 반도체 호황과 산업 다변화가 맞물리며 수출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또 올해 하반기까지는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전체 통관수출은 비교적 강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확대와 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입의 견조함 덕분에 경상수지는 상당 기간 양호한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에는 성장세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IT(정보기술)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완화되고, 관세 여파로 비IT 산업까지 위축될 경우 전체 수출 감소와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은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수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AI·IT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봇, 자율주행차, AI 에이전트 서비스 등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고,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