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1 (월)

  • 맑음동두천 2.5℃
  • 맑음강릉 11.6℃
  • 맑음서울 4.2℃
  • 맑음대전 5.7℃
  • 맑음대구 6.0℃
  • 구름조금울산 10.5℃
  • 박무광주 9.6℃
  • 구름조금부산 13.0℃
  • 맑음고창 7.2℃
  • 연무제주 14.7℃
  • 맑음강화 2.5℃
  • 맑음보은 4.8℃
  • 맑음금산 7.6℃
  • 구름조금강진군 10.3℃
  • 맑음경주시 11.1℃
  • 구름많음거제 10.7℃
기상청 제공

[데스크 칼럼] 전문성 없는 행정,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다

 

 

【 청년일보 】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모 토론회에서 씁쓸한 장면을 목격했다. 패널로 나온 정부 관계자는 한 참석자가 "석탄화력 발전소의 단계적 폐쇄와 재생에너지로의 대체와 관련한 간헐성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관련하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간헐성 문제와 관련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이 말을 들은 토론회 참석자들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그 자리는 원론적인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문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발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부처의 간부급 관계자가 토론회에 나와서 원론적인 말만 할 것이라면 왜 그 자리에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처럼 정부 관련 부처의 실무 담당자들이 포럼이나 토론회장에 나와 다른 토론자들과는 '결이 다른' 발언을 하면서 토론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토론회는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공론의 장이다.

 

그러나 정부 측 인사가 정책의 큰 방향만 되풀이하거나 논란의 핵심에 대해 준비된 답변 이상의 소통을 거부할 때, 생산적인 논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현장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이나 새로운 대안 제시 앞에서 '앵무새처럼'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는 모습은 준비 부족을 넘어 국민과의 소통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행정부 개편 이후 일부 부처의 간부급 실무자들이 토론회에 나와 하급 직원이 작성해 준 내용만을 그대로 읽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이 단순히 '대독자' 역할에 머무를 때, 토론회의 실질적인 의미는 퇴색된다. 정책의 디테일을 가장 잘 아는 '실무 주무관'이 아닌, 그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관리자'가 앵무새처럼 발언하는 순간, 그 자리는 단순히 요식 행위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회에서도 반복된다. 각 위원회에 소환된 일부 장관급 인사들조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할 때,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소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뒷자리에 배석한 실무자들의 메모나 속삭임을 '통역'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질문의 본질을 파악하고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할 자리에서 '중계자' 역할에 머무른다면, 과연 누가 그 리더십을 신뢰할 수 있을까?

 

정부 기관의 대변인실 역할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난다. 보도자료와 관련하여 추가적인 질의를 하면, "우리는 실무 부처에서 보낸 자료를 그냥 전달했을 뿐"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대변인실이라면 관련 보도자료에 대해 100% 전문 지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충분한 설명 능력을 갖추고 이해를 돕는 역할이 필수적이다. 보도자료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방향과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얼굴'이다. 그 얼굴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전달자'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은 대변인실이라는 역할의 의미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고위 인사들에게는 당연히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무자와 질문의 의도를 읽지 못하는 대변인, 그리고 소신 없는 행정부의 수장.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과연 정부를 어떻게 생각할까. 행정부는 단순한 '전달 기구'가 아니다. 국민을 향한 소통과 정책에 대한 책임감 있는 답변이야말로 신뢰받는 정부의 기본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정부는 앵무새처럼 준비된 답변을 읊는 대신, 국민과 국회의 '질문' 의도를 읽고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