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동국제강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10년 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했던 본사 서울 을지로 사옥 페럼타워를 재매입했다.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며 단행한 이번 사옥 재매입이 '내실 다지기'의 발판이 될지, 미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부담으로 작용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586억 원이다. 전년 동기 1천145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에 불과했다. 주당순이익도 1천247원에서 438원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주력 매출처인 봉형강 부문에서 건설경기 악화 지속으로 생산 및 판매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설 수주, 착공, 분양 등 주요 지표가 부진한 데 이어 고물가,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이 철강 수요 감소를 초래했다. 철강 수출도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의 70.41%를 차지하는 봉형강 생산설비 가동률은 67.1%다. 지난해 75.9%에서 8.8%p 하락한 수치다. 조선업 호황에 후판 생산설비 가동률이 지난해 64.6%에서 올해 3분기 76.2%로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동국제강의 실적 한파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이 82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3년 영업이익 2,354억 원에서 2024년 1,024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게 된 것이다.
봉형강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선택한 정면 돌파 카드는 10년 전 매각했던 본사 사옥의 재매입이었다. 동국제강은 지난 7월 25일 서울 중구 수하동에 있는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으로부터 6천450억6천만원에 현금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는 계약 당일에, 잔금은 8월 28일 지급됐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그룹의 상징과 같은 건물이다. 1974년부터 본사로 사용하던 이 건물은 2015년 4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매각됐다. 올해 재매입은 동국제강그룹에게 약 10년간 추진한 사업 구조 개편에 마침표를 찍고, 재도약을 위한 '내실 있는 성장'으로 전환하는 의미가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량의 현금이 사옥 재매입에 투입되며 회사의 신기술·신사업 투자 여력은 악화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국제강의 올해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천530억원으로 2분기 말 5천205억원의 48.6%에 불과하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프라임오피스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재무적 부담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은 "건물 매입이 재무 부담 증대로 작용할 수 있으나 철강 시황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대규모 투자보다 빌딩 자산 운영 등 업황 민감도가 낮은 안정적 사업 기반을 확보해 수익성 개선 및 향후 시장가격 상승을 통한 투자자산 가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말 9천829억원이었던 동국제강의 차입금은 2분기 말 1조1천733억원으로, 3분기 말 1조5천2억원으로 증가했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유동차입금이 1천950억원, 하나스틸제일차 등으로부터의 신디케이션론이 4천200억원 늘었다. 이에 비해 유동비율은 올해 1분기 말 92.94%에서 2분기 말 97.17%까지 상승했지만 3분기 말 79.65%까지 주저앉았다.
같은 동국제강그룹 소속 계열사 동국씨엠이 올해 1월 아주스틸 인수를 완료하며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규모의 컬러강판 회사로 자리매김한 것과 대비된다. 동국씨엠은 아주스틸 인수로 29.7%였던 시장 점유율은 34.4%로 확대됐다. 또한 2030년까지 컬러강판 100만톤 생산 체제 구축과 매출 3조2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동국제강은 "상반기 야간가동·제한출하·셧다운 등 인천, 포항, 당진, 부산 등 생산설비 운용 효율화로 생산을 최적화했다"며 "동시에 '디케이 그린바'(DK Green Bar), '디-메가빔'(D-Mega Beam) 고부가 철강재를 개발하고 수출 조직을 신설하는 등 수요 침체에도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장기화된 업황 불황에도 차입 등 부채 축소 관리를 지속해 왔으며, 분할 시점 대비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동국제강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재무적 탄력성을 유지하며 전략적 투자와 성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