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전 세계 메모리 수급 구조를 뒤흔들면서 PC와 콘솔 게임 시장 전반에 가격 인상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D램과 SSD 가격 급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게임이 '고비용 취미'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PC 부품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 16GB DDR5 메모리는 지난해 9월 6만원대 후반에서 최근 30만원대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32GB 제품도 16만원대에서 60만원대로 상승했다. 불과 석 달여 만에 최대 4배 가까운 가격 인상이다. 저장장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990 EVO NVMe SSD(1TB)는 9월 11만원 수준에서 최근 26만원대로 두 배 이상 올랐다. 메모리와 SSD만으로도 보급형 GPU 가격에 육박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GPU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직 소비자용 GPU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메모리 공급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가 HBM과 GDDR7 등을 포함해 전 세계 D램 생산능력의 약 20%를 흡수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GDDR7 가격 상승 부담으로 RTX 50 시리즈 '슈퍼' 모델 출시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 인상 신호는 경쟁사에서도 감지된다. 미국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AMD가 협력사에 2026년 GPU 가격을 최소 1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원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이미 출시된 제품군 역시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PC 시장과 거리를 두던 콘솔 게임 역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차세대 콘솔 PS6는 D램 가격 상승 여파로 출시 시점이 2027~2028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출시된 PS5는 2024년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이후 출시된 'PS5 프로'는 111만원이라는 이례적인 가격으로 논란을 낳았다. 메모리 수급난이 지속될 경우 기존 콘솔의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엑스박스 시리즈의 부진한 성과에 더해 부품 가격 상승 부담이 겹치며 차세대 콘솔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닌텐도의 '스위치 2' 또한 램 가격 상승이 추가 생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밸브가 발표한 '스팀 머신' 역시 GDDR6 8GB VRAM 채택 등 보수적인 사양을 선택한 배경에 원가 압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1~2년 이상 가격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따라 고사양 PC와 콘솔을 개인이 직접 보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게임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MS의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은 초기에는 제한적 서비스로 평가받았지만, AI 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재조명받고 있다. 고가의 하드웨어 부담 없이 구독형으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점차 보편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드웨어 가격 장벽이 높아지면서 저사양 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라이브 서비스 게임, 그리고 창의성을 앞세운 인디 게임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I가 촉발한 메모리 대란은 단순한 부품 가격 문제를 넘어 게임 산업의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