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2년 만에 다시 추진하면서 의료계와의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민주적 합의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학교육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10일 열린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늘리기로 결정했다. 연도별로는 2027년 490명, 2028~2029년 각 613명, 2030~2031년 각 813명을 차등 증원하며, 늘어난 인원은 모두 지역의사제로 활용된다.
이번 증원안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지난해 8월부터 12차례 회의를 통해 도출한 수요·공급 시나리오를 토대로 마련됐다. 이후 보정심에서 7차례 논의를 거쳐 최종 규모가 확정됐다. 추계위는 의사 인력 수급을 과학적으로 산출하라는 의료계 요구를 반영해 구성된 기구로, 전체 위원 15명 중 8명이 의협 등 의료공급자 단체 추천 인사다.
정부는 2024년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극심한 의정갈등을 의식해 이번에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한다. 추계위 회의록과 추계 결과를 공개하고, 의학교육 여건 점검, 전문가 공개 토론회, 의료혁신위원회 논의, 의학교육계 간담회 등을 병행했다는 것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증원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와 민주적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협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보정심의 최종 표결에 불참한 뒤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합리적 이성은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어 "정부가 책임지고 파괴된 의학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교육부에 각 의대에 대한 전수조사와 현실적인 모집인원 재산정을 요구했다.
의협은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김 회장은 "상설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와 함께 의료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다만 의료계가 곧바로 총파업 등 대규모 단체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료계 추천 인사가 과반을 차지한 추계위 결과를 토대로 증원안이 마련됐고, 의정갈등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는 데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증원 인력이 전원 지역의사제로 활용된다는 점, 지난 정부보다 증원 폭이 줄어든 점도 대응 수위를 높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집단사직 이후 복귀한 전공의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의협은 당분간 내부 의견 수렴에 집중하며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행동 방향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우선은 내부 의견을 모으는 것이 먼저"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