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오늘날의 청년에게 사치가 됐다. 청년이 마주한 일자리(Work)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삶(Life)의 기본 조건인 주거 공간(House)은 만질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이 어른거린다. 과거의 청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워라밸을 추구했다면, 이제 청년은 생존을 고민한다.
취업 관문 앞에서 ‘쉬었음’을 강요당한 청년들, 급여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와 대출 이자로 쏟아부으며 독립을 미루는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수익성과 리스크를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셈법의 프로젝트로 변모했다.
이에 청년일보는 일(Work)과 삶(Life), 그리고 집(House)이 맞물린 교착 상태를 ‘워라하밸(Work·Life·House·Balance)’이라는 확장된 틀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통계의 숫자 뒤에 숨어있던 청년들의 ‘조건부 포기’와 ‘강요된 선택’을 조명한다. 구직 현장에서 내뱉는 한숨부터 경력 단절의 공포, 그리고 부동산 계약서 앞에서 표류하는 미래 설계까지, 파편화된 청년 담론을 하나로 엮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오는 9월 결혼식을 앞둔 직장인 김인환(34) 씨는 최근 신혼집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 분야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김 씨와 예비 신부의 연봉을 합산하면 정부의 저금리 주택 정책 대출 소득 기준을 초과해 주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청년과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버팀목전세대출 등 대표적인 주택 정책금융 상품은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원 이하를 기본 요건으로 하며, 신혼부부의 경우 7천500만원 선의 완화된 상한을 적용해 심사한다.
1인 가구일 때는 각자 대출 자격을 충족했던 맞벌이 청년들이 혼인신고를 마치면 단숨에 고소득 가구로 분류돼 대출 한도가 줄어들거나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구조다.
김 씨는 "사랑해서 결혼을 결심했지만, 불리한 대출 조건 앞에서는 당분간 혼인신고를 미루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혼인신고 시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 논란이 확산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에 시정을 공식 권고했다. 당시 권익위는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개인 기준의 2배 수준으로 상향하고, 소득이 낮은 배우자의 소득 일부를 공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200%(약 1억3천만원) 수준까지 대출 기준을 완화하되 소득 구간별로 금리를 차등 적용하라고 권고하며, 맞벌이 부부의 정책금융 자격 상실 문제를 구조적 결함으로 진단했다.
까다로운 대출 요건으로 자금 조달이 막힌 예비부부들의 주거 선택지를 더욱 좁히는 것은 전세 사기 여파로 무너진 주거 사다리다.
과거 신혼부부의 첫 보금자리 역할을 했던 다세대·연립주택 등 이른바 빌라가 전세 사기 트라우마로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으면서, 무리해서라도 아파트에 가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마저 가파르게 치솟는 양상이다.
실제 노원구와 강북구 일대 전용면적 59제곱미터 신축급 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격이 5억원에서 6억원대 이상에 형성된 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들이 전세 보증금을 떼일 우려에 빌라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소형 아파트 전세로만 수요가 몰리다 보니 매물은 씨가 마르고 호가만 계속 뛰는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주택 공급 시장의 한파가 덮치며 예비부부들의 시름을 한층 짙게 만든다.
통상 주택은 착공 후 2년에서 3년 뒤 입주가 이뤄지는데, 2023년과 2024년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착공이 지연됐던 여파가 2026년 현재 입주 물량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7천145가구에 불과해, 2024년 2만4천659가구 대비 71%가량 급감할 전망이다.
신축 공급이 막히자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 자료 기준 이달 18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천604건으로, 3년 전 5만2천914건에 비해 63% 감소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이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 또한 163.7을 기록하며 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는 넘치지만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은 턱없이 부족한 극심한 수요 우위 상태를 수치로 보여준다.
여기에 최근 건설업계도 저렴한 주택 공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민간 분양을 기준으로 공사비가 평당 1천만원 안팎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를 낮추기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환경이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출 한도를 미미하게 늘려주는 미시적 대책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신혼부부에게 적용되는 소득 요건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해 결혼 페널티를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맞벌이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과거의 낡은 소득 기준을 고수하는 것은 청년들에게 주거 안정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며 "단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혼인신고가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 "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