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해외에 의존해온 약품 공급망을 정비하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만 확인할 뿐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의 값싼 복제약을 주로 인도 등 해외에서 대량 공수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각국이 자국 수급을 위해 의료물자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 내 의약품 공급에 지장이 생겼다.
이에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필수 의약품과 대책과 관련해 다른 나라에 의존할 일은 다시는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수 자원의 해외 외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놓고 연일 중국 책임을 주장하는 미국은 중국산 의약품 수입을 줄이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공화당 소속인 톰 코튼(아칸소) 상원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약품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2023년까지 중국산 의약품 주성분, 즉 '활성 원료의약품'(API)과 완제품 구매를 중단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중국산 의약품과 API 수급을 줄여도 미국은 의약품 조달에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못지않게 미국에 약품을 많이 공급하는 인도가 자국 의약품 원료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도산업협회(CII)와 미국 컨설팅업체 KMPG가 지난 4월 벌인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의 90%가 복제약이며, 미국인들이 복용하는 알약의 3분의 1가량이 인도의 복제약 제조업체 제품이다.
그런데 인도는 API의 약 68%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의약품 수출을 제한하면 인도도 약품 생산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도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주요 생산업체 중 하나인 월리스 파르마의 비나이 핀토 이사는 "코로나19로 중국이 폐쇄되자 우리는 절박해졌다"고 말했다.
인도 상공부 산하 대외무역총국의 피씨 미쉬라 국장은 "우리는 여전히 중국산 수입품을 들여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와 지난해 3월을 비교했을 때 중국산 수입은 40%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CNN은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인도와의 관계도 끊었을 때야 비로소 '탈중국'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인도도 API의 중국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자체 생산 역량을 키우는 중이지만 이는 당장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약품수출입협회(Pharmexcil)의 디네시 두아 회장은 "지금 시작해도 중국 의존을 끝내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지금으로선 인도가 대부분의 API 공수를 중국에 의존하고, 미국은 대부분의 의약품 수급을 인도에 의존하는 것 외엔 다른 방안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김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