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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20년...'화성 옥살이' 윤성여씨 "형사보상금 17억"

법원 "잘못된 판결로 피고인 옥고 치르며 고통…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사과"

 

【 청년일보 】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윤성여(53)씨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및 제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또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피고인의 신체 상태,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 피해자 부검감정서 등이 다른 증거와 모순·저촉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반면 이춘재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라고 부연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을 낭독하자, 윤씨는 재심 재판 전 과정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 그리고 여러 방청객과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재심 재판을 이끈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이상혁(사법연수원 36기), 송민주(42기) 검사는 검찰을 대표해 윤씨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다.

 

무죄가 확정되면서 윤씨는 억울한 옥살이 20년에 대한 형사보상을 받게 된다.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에 청구하는 형사보상금은 무죄 선고가 나온 해의 최저 임금의 5배 안에서 가능해 19년 6개월간 복역을 한 윤씨는 대략 17억 6000 만원정도의 형사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재심은 지난 2월 1차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이날 선고공판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열렸으며, 당시 수사기관 관계자와 과학수사 분야 전문가 등 21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객관적 증거'로 주목을 끌었던 사건 현장의 체모는 DNA 손상 등으로 인해 '판단 불능'(감정 불가) 판정이 나왔다. 이 체모는 국과수가 2017∼2018년께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이춘재 8차 사건 감정 관련 기록물 첨부물에 테이프로 붙여진 상태로 30년 넘게 보관돼 온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이춘재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춘재는 지난달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1986년 연쇄살인 1차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자백한 14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성범죄를 재확인했다.

 

그는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니라 불을 찾아가는 불나방처럼 범행을 저질렀다"고 증언해 충격을 줬다.

 

법원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대로 무죄를 선고한 만큼, 항소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소시한인 일주일 이내에 양측의 항소가 없으면 판결은 이대로 확정된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중학생)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 청년일보=안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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