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전 세계 제약업계가 개발한 수많은 의약품은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획기적인 치료법이 됐지만, 간혹 높은 가격과 부작용 등으로 인해 일부 환자는 사용조차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eyond the pill’(의약품을 넘어) 이라는 기치 아래 생체전자공학 기술에 기반한 ‘전자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은 3~5년 이내에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줄 미래 유망기술 10개를 발표했는데, 전자도 그중 하나로 꼽혔다.

 

전자약은 투약하지 않아도 투약한 것처럼 신체가 생리학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한다. 약 대신 전기적 신호 발생기를 사용해 전신에 퍼진 신경을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인데, 우월한 효과와 낮은 부작용·높은 편의성·저렴한 치료비용 등이 장점으로 머지않아 의약품을 대체하거나 보완해 또 다른 시장을 만들 수 있는 혁신 기술로 꼽힌다.

 

2021년 새해를 맞아 현재 미국·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개발이 시작된 전자약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알아보았다.

 

[글 싣는 순서]

 

(상편) “효과 크고 부작용은 낮고”…의약품 대체재 전자약 관심 ‘증가’
(중편) ‘전자약’ 산업, 이미 형성됐다?…글로벌 시장 동향 살펴보니
(하편) 요동치는 국내 전자약 시장…정부 관심도 ‘증가’

 

【 청년일보 】 ‘꿈의 치료제’로 불리는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자’(electronic)와 ‘약’(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전류 또는 자기장을 이용해 특정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유하는 개념의 치료 방법을 뜻한다.

 

기존 합성 의약품이나 수술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가 필요한 특정 세포나 신경만 자극하는 방식이어서 최근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약 172억 달러(한화 약 19조7,0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전자약 시장은 매년 7.9%씩 성장해 2021년 252억 달러(한화 약 2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약은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신경의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인해 우리 몸이 항상성을 잃게 되면 불면증·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발생하기 쉬운데, 전자약은 신경 활동을 조절해 정상화를 유도한다.

 

조직 재생에도 효과가 있다. 신경다발 등은 손상 이후 재생이 어려운 쉽지 않은데, 전자약은 신체에 내재된 상처 치유 메커니즘을 모방해 손상된 조직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재생 메커니즘’을 유도한다.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는 세포의 일종인 ‘암세포’가 자라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직세포는 아무런 제한 없이 증식하는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전자약은 물리적 자극을 통해 암세포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의약품은 전신을 순환하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발생할 수 있으나 전자약은 특정 부위, 표적 장기에 제한적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필요한 경우 체내 삽입을 위한 비용이 추가될 수 있으나 보통 일회성으로 장기간 효과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적으로 의약품 대비 치료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환자 증상의 실시간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치료 자극을 달리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치료로 발전이 가능하며, 증상에 대한 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용이하다.

 

개발 과정에서도 스크리닝 과정을 의약품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며 회로의 소형화, 배터리 기술 및 생분해성 재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경제적 이점과 확장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 재정 부담→의료 혁신 요구···관심 커지는 ‘전자약’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가 전자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며 개발을 앞당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재정 부담으로 인한 의료 혁신 요구다.

 

전 세계를 막론하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지나친 의료비 지출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타이트하던 각국 정부의 재정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사실상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전례 없는 재정 지출로 국가 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으며, 날로 늘어가는 정부의 헬스케어 관련 예산은 정부의 재정 여력을 더욱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거시경제 환경 변화는 각국 정부에 의료정책 정비를 통한 헬스케어 예산 효율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전자약은 헬스케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청년일보=안상준 기자 】